마쯔리의 묘미는 역시 신사 주변에 펼쳐진 소소한 놀거리와 먹거리가 아닐까 싶다.
아니 일본인이 아닌 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드라마에서 수없이 봤던 금붕어 잡기. 300엔이라니 생각보다 비싼 걸..
종이로 된 얇은 망이 찢어지기 전에 얼른 그릇에 담으면 된다.
오래 전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만큼이나 잡고난 뒤의 처리가 매우 궁금해지는 게임.
(그러고보니 요새도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지 모르겠다.
그 병아리를 닭까지 키워낸 친구가 있었는데.. 결국 족제빈지 고양이한테 잡아먹혔지만)
그냥 퍼담으면 될 것 같은 위의 아저씨네와 비교해 금붕어의 수가 현저하게 적다..
할머니를 위해 열심히 금붕어를 건지는 청년이 인상적이어서 찍었음.
뭔가 저 나이에 할머니 모시고 마쯔리 구경 나온 게 기특해서..
금붕어 잡기와 비슷해보였던 고무볼 잡기. 자리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그래도 조명을 설치해서 알록달록 예뻐보이는데 천막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조명이 없으니 이렇게 수수한 게임... 성업 중인 곳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비슷한 좌판이 많기 때문에 역시 어떻게든 머리를 쓰는 것이 중요.
자녀분을 위해 게임에 도전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즐거우셨던 아버님.
아이의 도전을 위해 다트판을 들고 코앞에 가져다주는 오빠의 센스도 주목.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아버님은 자기 게임에 빠져 계셨고 저 오빠가 자녀분을 챙겨주셨단 얘기다.
이날 둘러보면서 세대가 바뀌어도 똑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거야말로 일본인이 아니니 확실히 모르겠으나..
그러니까, 오래 전에 본 드라마에도 금붕어 잡기는 있었고, 요새 나오는 드라마에도 금붕어 잡기가 있고,
아이들은 즐거워하며 금붕어를 잡고, 어른들은 어릴 때 추억을 생각하며 금붕어를 잡는다.
뭐 고무볼 잡기 같은 건 오래되지 않았겠지만.. 언제부터 있는 게임인지는 몰라도 왠지 마쯔리가 있는 한
금붕어 잡기도 있을 것 같고, 저 아이들이 커서도 금붕어를 잡을 것 같은 느낌.
엄마가 돌멩이로 하셨던 공기놀이를 난 플라스틱 공기알로 했는데, 지금의 아이들도 하는 걸까?
했으면 좋겠네.
먹거리 역시 종류가 많다기보다는 같은 품목의 가게가 많았는데 한 가지만 파는 게 우리나라와 달랐다.
떡볶이, 순대, 오뎅, 튀김, 김밥, 때론 토스트까지 한 곳에서 파는 우리나라 포장마차와 달리
오코노미야끼만, 타코야끼만, 오징어구이만, 야끼소바만, 하나만 파는 포장마차가 대부분이었다.
기본 중의 기본,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 신사 바로 앞 명당자리에 있던 두 집이다.
신사 주변을 몇 바퀴나 돌며 매의 눈으로 살펴보다 결국 왼쪽 오코노미야끼집을 점심메뉴로 선택.
근데 저땐 몰랐는데 지금 간판을 보니 내가 먹은 게 히로시마풍이었군.. 오사카풍보다 살짝 내 취향이었던.
이런 게 좋다. 외국에서 내가 태어나 한번도 본 적 없는 걸 보는 기분. 비록 불량식품일지라도.
대체 뭔지 모르겠는데.. 색소며 재료며 바로바로 넣을 수 있는 걸 보면 물엿인가?
제일 왼쪽의 붉은 건 우메보시같은 위험한 느낌이.. 어찌됐던 한입먹고 버릴 게 뻔해서 사먹진 않았다.
이렇게 궁금할 거 사먹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달아보여서.. (단 거 싫어함)
땀 뻘뻘 흘리며 열심히 만드시는 아저씨. (품목은 은어 소금구이)
이쪽 골목은 종류도 그렇고 테이블까지 갖추고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살짝 어른들만의 마쯔리 분위기.ㅎ
야끼소바 파는 언니들. 아마 관광객들 카메라에 이 언니들 사진 많았을듯.
곱게 생긴 언니들이 어찌나 큰 소리로 손님들을 불러모으던지... 그래도 시끄럽다기보다 활기차고 좋았다.
어떻게든 손님 하나라도 더 끌어보려는 언니들과 전혀 다른 세상에 계시는 아저씨.
(바로 옆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천막 안이었다고 굳이 말해두고 싶다)
가져오신 의자 자체가... 잠깐 잠든 게 아니잖아. 완전 본격적.
초코바나나~ 이 단순한 간식 역시 마쯔리의 기본! (이라기보단 길거리 음식의 기본인가)
역시 초코바나나도 진화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본 초코바나나는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는데.
여름의 친구 카키고오리. 얼음으로 만들긴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한국식 빙수와는 다르다.
갈은 얼음에 시럽을 뿌리는 게 전부. 굳이 따지면 초등학교 앞 분식집에 파는 슬러시랑 비슷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먹은 것들. 저 소다수 때문에 그 넓은 신사 주변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도착했을 때 보곤 나중에 점심먹을 때 사야지~ 했는데.. 사려고 보니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거다.
마치 산삼처럼.. (산삼은 발견했을 때 바로 안 캐고 잠시 한눈팔면 다시는 못 찾는다고)
산삼이 아니었으니 결국 발견되긴 했지만.
어릴 적 생각이 나는 파란구슬도 유리병 특유의 시원함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병의 감촉이 좋았다.
일종의 그립감이라고 할까. 잡히는 느낌도 좋고, 특히 입을 대는 부분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두꺼워보이지만 정말 마시기 편해서 소다수 병으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시고 병을 반납하면 100엔을 돌려주는데 (재활용이라 좀 께름칙하다는 사람은 아마 못마실듯)
100엔과 상관없이 짐이 될 것 같아 그냥 반납했다. 유리병이다보니 좀 무거워서..
(결국 옳은 결정이었다. 한국에 돌아갈 때 수트케이스가 무겁다 싶더니 거진 40kg..-_-;
오버차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10kg 정도를 그냥 들고 들어왔더니 마크제이콥스 에코백이 튿어져버렸다는. -_-)
다들 적당히 앉아 먹길래 봉지를 달랑거리며 돌아다니다 신사 입구 옆의 조용한 명당자리를 찾았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려는데 언제 오신 건지 옆에 앉아 도시락을 펼치시던 할머님이 물티슈를 내미신다.
"이거 쓸라우?"
"아, 감사합니다."
..까지는 좋았는데.. 분명 한국인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개의치않고 프리토킹을 하신다.
실력도 없는데다 일할 때 듣던 정확한 일본어가 아니다보니 대부분을 못 알아듣고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
거기다 퍼레이드 행렬이 나가자 (신사 안에서 출발하는 행렬이 여럿 있다) 한참 먹던 날 기어코 일으키셔서는
너 저거 봤니? 저런 거 꼭 봐야되는 거야, 너 안 봤지? 라며..-_- 조금 흥분 기세셨다.
그래도 이것 저것 챙겨주시고 (원치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시고 (거의 못 알아들었지만)
살짝 자유로운(?) 복장의 청년이 어슬렁거리자 옆에 놓인 내 가방을 품에 안겨주시며
이런 곳에선 필히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시던 할머니. 덕분에 조금 즐거운 식사시간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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