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2. 21:10 ▶ nomad/'09 Japan: Tokyo

마쯔리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역시 오미코시 행렬과 퍼레이드.
미리 참가 신청을 한 각종 단체에서 일종의 코스프레를 하고 만들어온 기구도 끌며 칸다 신사까지 걷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신이 타는 가마'라는 오미코시御神輿의 행렬이다. 
이 가마를 어깨에 매고 구령을 붙이며 걸어가는 게 마쯔리의 하일라이트이자 분위기가 고조되는 주요 볼거리.

마쯔리가 클수록 미코시의 숫자도 늘어난다고 하는데, 지인의 맞춤설명에 따르면
방배동 가마, 청담동 가마, 관철동 가마, 홍제동 가마 등이 각자 동네에서 놀다가
점차 모여 광화문에서 전부 다 만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음.. 조금 미묘하지만 이해하기 쉽다.














지인의 행렬을 따라 신사를 출발했는데 단체마다 루트는 물론 시간 분배마저 정해져있는 모양이었다.
중간에 휴식을 하며 점검하기도 하고 다른 대열과 순서를 맞추기도 하는 등 꽤나 치밀.











구경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규모가 그렇게 커지리라고는 생각못했다.
아니 이 행렬이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점차 사람들이 많아지고 길이 넓어지고 퍼레이드도 화려해진다 싶더니.. 도착한 곳은





긴자 한복판.
나는... 정말이지 긴자거리가 이렇게 비워질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인파가 대단해서, 인도는 이미 사람들로 빽빽하고 행렬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소문으로만 듣던 케로로중사도 참전했고





본격적인 미코시 행렬도 서서히 등장. 구령이 크고 신날수록 구경하는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환호 역시 볼륨업!





미쯔코시 백화점의 마쯔리 기분내기는 살짝 감동했다. 칸다마쯔리의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백화점 입구나 차양에 장식되어 있는 것들 모두 평소엔 없는 마쯔리용 장식.
긴자의 모든 것이, 하다못해 백화점 건물까지도 마쯔리에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이날 제일 웃겼던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행렬 중에 장군 복장을 하고 말을 탄 팀이 있었는데,
글쎄 그중 한놈이 도로 중간에서 질펀하게 싸지른 거다. 그것도 가장 넓은 사거리의 정중앙에서.
근데 하필 장소가 장소다보니 (긴자는 도쿄 중에서도 고급 동네) 지나가는 차들이 밟는데 죄다 벤츠니 BMW니...
차주들은 속쓰렸겠지만 한번 밟을 때마다 갤러리들은 배때기 찢어지게 웃었다는 거.
결국 가장 고전적인 도구,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가져와 열심히 잔여물을 쓸어담았다. 이미 때는 늦었지만..

그럼 이쯤에서 행렬 분위기를 잠시 감상.










주변 가게의 종업원들도 잠시 나와 구경할 정도로 긴자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미코시의 행렬은 역시 장관. 구경하는 사람들은 응원 비슷한 힘찬 구령을 외쳐준다.
4~50대 정도의 남성들 뿐일 거라 생각했는데 젊은 여성들도 가마를 메고 있는 것이 특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날 가장 흥미로웠던 건 따로 있었다.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행렬은 긴자의 저 넓은 도로를 모두 이용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도 차도 전부 통제하는 게 아니라 한쪽을 비워두고 충분한 통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서,
중간중간 차도 지나가고, 자전거도 지나가고, 사람들도 횡단보도를 건넌다.
물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찰의 역할. 곳곳에 배치되어 행렬의 안전과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한다.
신호를 조절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고 통행방향과 순서를 안내하는 것이다.

마쯔리를 한다고 해서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할 일도 없었고
옆에 차들이 지나간다고 해서 마쯔리에 방해가 될 일도 없었다.

아,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딱 그런 기분이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못하게 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일손을 놓고 마쯔리를 즐길 수도 없다.
신나게 가마를 메는 사람도 일이 있어 행렬 중간의 횡단보도를 건너야하는 사람도 모두 불편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위한 희생이나 불편함을 최대한 줄이며 서로가 효율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을 만들거나 혹은 조절하는 역할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고 경찰의 역할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당시 인터넷을 통해 대한민국 조경감님의 활약상을 익히 듣고 있었으므로.. (궁금하신 분은 검색을)
경찰의 제대로 된 업무수행을 직접 눈으로 보며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





그 많은 행렬, 그 많은 인파, 그 많은 자동차들이 함께했지만 그 어떤 소란이나 불만도 없었다.
정말이지 효율적이고 또 든든한 업무진행을 보여주신 경시청에게 박수를.

posted by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