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0. 00:40 ▶ nomad/'09 Japan: Tokyo

내가 도쿄에 있을 때 마침 일본 3대 마쯔리 중 하나라는 칸다마쯔리神田祭가 있었다.
마쯔리를 한번쯤 보고 싶긴 했는데, 이미지로는 여름에만 열리는 줄 알고
일본의 여름은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내겐 무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5월의 마쯔리라.. 
거기다 아는 분이 자신도 행렬에 참가한다며 귀뜸해주신 바람에 더 가고 싶어져서,
평일이라 원래 일을 해야했지만.. 약간의 양해를 얻어 점심휴식을 틈타 빠져나왔다.






축제에 걸맞는 완벽한 날씨. 정말 신기하게도, 태풍 때문에 4일간 비가 멈추지 않더니
혼마쯔리本祭 아침부터 날씨가 활짝 갰다. 이거 무슨 신의 은총도 아니고..

칸다마쯔리는 칸다신사에서 시작하는데, 오차노미즈역에서 찾아가는 게 훨씬 쉽다.
잘사는 동네라고 하더니 어찌나 깔끔하고 풍경도 좋던지..
근데 이땐 이 물길이 당연히 작은 내천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 한국에 왔던 지인에게 물어보니
옛날 해자垓子라고 한다. 호오... 흥미로운 사실. 성이 있었으니 예전부터 이름난 곳이었겠다.

먼저 말하자면 마쯔리는.. 아무래도 만화나 영화, 드라마에서 보던 걸 실제로 봤다는 기쁨은 컸는데
정말 재밌었냐고 묻는다면 좀 미묘. 마쯔리 자체가 나빴다는 게 아니고, 내가 혼자였기 때문이다.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마쯔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동행이 있는 편이 낫다는 결론.

예를 들면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오코노미야키 하나 먹었더니 배가 불러져서..
동행이 있다면 하나씩 사서 나눠 먹으며 여러 가지 맛을 볼 수 있었을텐데.
마쯔리의 정석인 이런 저런 게임들도 뭔가.. 이 나이에 혼자 '즐거이' 도전하기엔 좀 무리.
본격적인 밤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도, 물론 다음날 일정이 있어서기도 했지만
그보단 그 인파 속에서 괜히 혼자 지칠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날이 저물기 전에 지쳤고)
글구 이런 날은 즐겁게 논 뒤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왁자지껄한 뒷풀이가 맛인데..
엄밀히 말하면 좀 다르겠지만 어쨌든 마쯔리는 '축제'로 번역되는 것이니까,
이런 건 좀 떠들썩하게 즐겨줘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결론은.. 난 혼자라서 쫌 심심했다는..?


























그닥 사람이 없는 시간이라.. 영상으로 찍어봤다. 신사 입구.





'칸다마쯔리 북 페스티발'
역시 축제는 북. 영상에 찍힌 팀보다 멋진 팀이 많았지만 메모리 용량 때문에 여기까지.




뭐 대강 이런 느낌이었다. 떡 만드는 시범도 보여주고 있었는데 한국인에겐 전혀 신기하지 않은..
혼자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그래도 신사에 왔으니 신사만의 재미를 즐겨보자고 생각해서






오미쿠지.ㅎㅎ (나의 당당한 엄지가 부끄럽구만..ㅋㅋ 유전임. -_-)
근데.. 이거 진짜로, 정말 잘 맞았다. 

그냥 단순히 뽑는 것이라 나름 이것저것 따지는 사주와도 다르고 패턴도 많지 않고
뭣보다 인간심리상 어떤 게 나오든 자기 얘기라고 생각해 버리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성이 없다.

..고 생각했는데.. 지인들이 모두 추천하는 곳에 사주보러 갔을 때도 불신만 더 쌓였던 나였는데..
물론 당연한 것도 있었지만 (예를 들어 학업의 경우 매일매일 하면 된다는.. 당연하다 못해 헛웃음나는)
인간관계라던지.. 전반적으로 그때 내가 처했던 상황을 너무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어서 정말 놀랐다.
심장을 찔리는듯한 느낌에 진짜 억지 웃음도 나오지 않았던..; 200엔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오미쿠지였음.

posted by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