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3. 21:40 ▶ photo

 

 

 

 

 

 

 

 

 

 

 

 

 

 

 

 

 

 

 

 

 

 

 

 

 

 

 

 

 

 

 

 

 

 

 

 

 

 

 

 

 

 

 

 

 

 

 

 

 

 

 

 

 

 

 

 

 

 

 

 

 

 

 

 

 

 

 

 

 

 

 

 

 

 

 

 

 

 

 

 

 

 

 

 

 

 

 

 

 

 

 

 


2020.11.



언젠가 썼지만 내 인생 단 한 번의 제주는 오직 4.3이었다. 두 번째 제주는 내 기억과 달랐다, 라고 하기엔 흐려진 기억 속에 남은 게 거의 없어 모든 게 생경할 수밖에 없었고. 다만 제주공항에서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수마트라의 바다, 동티모르의 바다, 베트남의 바다, 남중국해의 바다… 언젠가 내 인생에서 가장 가까웠던, 하지만 눌러놓고 애써 잊고 있던 많은 곳들이 생각났다. 섬이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걸까? 섬 혹은 바닷가 인근에 자리 잡은 작은 단층짜리 공항에 내렸을 때의 그 기분들이 정확히 떠올랐다. 물론 그중 제주공항이 가장 으리으리하지만.

하늘, 햇살, 단풍, 어마어마한 가을 풍경에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계속 잘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다. 길을 가득 메운 렌터카가 원인인 걸까 조금 생각했다. 내가 즐기는 건 역시, 멈춰진 시간이 느껴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낡은 도시가 주는 매력. 특화된 관광지는 역시 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기억 속 제주와 2020년의 제주는 아예 분리하기로 했다.

그나마 행복했던 일이라면 발코니에서 오리온자리를 하염없이 (덜덜 떨면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과, 꽃의 뒷면을 찍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빛이 투과하여 투명해진 꽃잎의 색감, 잎사귀 그늘 사이사이로 흐르는 빛, 여기저기 부서져 내린 햇살의 잔상.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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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