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의외로 반드시 찾는 곳이 수족관. 한창 관심 있었을 시절엔 일본 전역의 수족관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랭킹 1위는 당연히 오키나와). 바다 생태계에 큰 관심이 있나 하면 그것도 아니고, 수영도 못하고, 해산물도 딱히 안 좋아하고, 내 사주에 수기水氣가 안 좋다 하고.. 비과학적인 다양한 관점에서 바다와 결부점이 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되었다.
수족관을 찾는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해파리, 두 번째는 대형 수조다. 두 번째의 경우 수조 안에 고래가 있든 니모가 있든 상관은 없고, 그저 내가 보지 못하는 세계를 꽉 찬 프레임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열망 정도가 있다. 사실 수조 안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보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라 규모가 클수록 조금쯤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해파리.
귀에 이어폰을 꽂아 주변 소리를 차단한 뒤 해파리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아마도 그 생김새와 움직임 때문일 것이다. 나는 상상으로도 창조해 낼 수 없을 것 같은 그 생경한 모습. 그럼에도 나와 마찬가지로 지구의 생명체로서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우아하게 모이고 흩어지는 그 움직임도 너무 좋다. 내 주변도 깊고 푸른 물이었으면, 깊은 고요함 속을 떠돌다 사라졌으면 싶다. 그렇게 나는 남들이 흘깃거리든 말든 그냥 가만히 서서 언제까지고 보고 있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내 소망은 다양한 해파리가 유영하고 있는 대형 수조를 보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다. 해파리는 수족관의 메인 스타가 아니니까. 대부분의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해파리는 종류도 많지 않고 수조 크기도 유난히 작다. 무리지어 다니기 때문에 다양한 종을 함께 모아둘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가고시마에도 수족관이 있다.

미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이 건물이 가고시마 수족관. 지도에서 봤을 때 페리 터미널과 가깝길래 근처 있을 때 가보면 되겠다 했었는데,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터미널에서 수족관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첫날 배타기 전에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던 곳이 연결 통로 바로 앞 공간이었던 것이다.
전혀 여유롭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오후 느지막이 도착했을 때 가고시마 수족관은 폐점을 앞두고 마지막 입장을 받고 있었다. 입장료도 싸지 않고 의외로 수족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걸 생각해 잠시 고민했으나, 어차피 나는 몇 안 되는 해파리 앞에 주로 있을 거고, 무엇보다 이 시간이라면 관람객이 별로 없을 것이었다. 수족관 특성상 조용한 관람 같은 건 애초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메리트였다.
그렇게 가고시마에서 만난 해파리들을 소개한다.







물론 해파리만 본 것은 아니었고 전체를 돌아 봤는데, 문 닫기 직전에 온 건 정말 너무나 잘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공간이 어둡고 관람 동선이 독특하다보니 고요한 수족관 내부를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아래로 위로 열심히 탐험을 마치고 다시 바깥 세상으로 나가기 직전, 모든 관람객들은 이 수조를 마주하게 된다.

새파란 물 속에 뭔가 있는 걸까 싶어 살펴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제야 옆에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青い海 なにもいない
푸른 바다 아무것도 없다
もう耳をふさぎたいほと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生き物たちの歌が聞こえていた海
살아있는 것들의 노래가 들려오던 바다
それが いつのまにか、なにも聞こえない
그것이 어느 새인가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青い海
푸른 바다
人間という生き物が
인간이라는 살아있는 존재가
自分たちだけのことしか考えない
자신들에 대해서 밖에 생각하지 않는
そんな毎日が続いているうち
그런 매일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生き物たちの歌がひとつ消え
살아 있는 것들의 노래가 하나 사라지고
ふたつ消えて
두 개가 사라지고
それが いつのまにか なにも聞こえない
그것이 어느 새인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青い 沈黙の海
푸른 침묵의 바다
そんな海を子供たちに残さないために
그런 바다를 아이들에게 남기지 않기 위해서
わたしたちは 何をしたらいいのだろう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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