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할인한도가 많이 남았다는 걸 31일에 알게 됐다. 날아가는 게 아까워서 집에 오자마자 할인액이 가장 큰 영화를 예매. 집에서 가까운 극장에 제일 사람이 적을 것 같은 영화를 골랐다. 그러니까 2주 전에 예매한 인셉션처럼 작정하고 본 게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얻어 걸린 작품이 왠지 마음을 흔드는 법이다.
생각지도 못한 키리타니 켄타의 출연만으로도 일단 만족. 나가야마 켄토는 형이랑 이미지는 다른데 볼 때마다 형 생각이 나서.. 배우의 동생으로서 이점이 없는 듯해 불쌍했다. 미야자키는 연기가 좀 미묘. 못했다기 보다는.. 초반부엔 행동이나 대사처리에서 보이는 약간 위태하고 나사빠진 듯한 느낌이 오.. 미야자키도 이런 이미지의 캐릭터를? 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연약하고 귀여운, 항상 똑같은 그 모습으로 돌아가버렸다. 안그래도 제대로 피는 장면이 없는 어설픈 담배씬이 자꾸 눈에 거슬렸는데.. 뭐 여전히 이쁘긴 했고.
사실 이런 건 부차적인 얘기고. 처음부터 끝까지 청춘, 청춘, 청춘밖에 남는 게 없는 일본 영화 특유의 고질적인(?) 내용이었는데 물론 청춘얘기를 너무나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놀랐던 건.. 그러니까 처음으로, 내가 청춘에서 벗어나고 있구나- 하는 걸 인지했다는 것.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 때로는 웃고 떠들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보내는 그 성장통이 바로 지금의 내가 아닌, 얼마 전의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은 느낌, 그것을 깨닫자마자 미묘한 통증이 있었다.
우리들의 미래에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고! 아무런 변화도 없이 지루한 매일이 계속 되지!설령 느긋한 행복이 계속된다 해도! 그것으로 만족하는 척 하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아!
절규 혹은 의지의 외침이었던 타네다의 이 노래가 나오는 부분이 가장 슬펐던 것도 그런 이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결심한 후 어린 아이처럼 오열하는 타네다의 모습은 아마도 4년 전쯤의 나의 모습이었던 것 같고,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열정을, 그 열정을 다짐했던 모습을 기억해낸 타네다는 그야말로 그저 그런 어른이 된 내게 말해주었다. 인생이 생각보다 짧더라고. 그 인생의 청춘은 더더욱 짧더라고.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한다!하지만 난! 나에겐.......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무언가 해답을 발견할 때까지.설령 그것이 위험한 길이고 세상의 끝까지 이어진다고 해도난 난의 길을 걸어가겠어
과거의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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