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은 굉장히 잘 생긴 편이었다. 엉킨 갈기가 제멋대로 자라있던 돌고래의 말과 달리 온 몸의 털이 정돈되어 있었고 제일 깨끗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말머리에 씌워져있는 고삐에 연결된 장식도 다들 밧줄같은 것인데 망나니는 멋지게 장식된 가죽끈이었다.
그래도 망나니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이놈이 다른 말이 추월하는 꼴을 못본다. 달리기만 할 뿐인 말들의 특성인지 다들 평지에만 오면 추격전이 장난이 아닌데 그 중 가장 심하다. 선두에 서기 전까지는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 다른 말 머리를 공격할 땐 떨어지는 줄 알고 있는대로 소릴 질렀는데 나중엔 그저 흔들림에 몸을 맡긴 채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새끼, 성질하고는...-_-"
그런데 이런 승부욕이 평지에서라면 상관없는데(아니다. 그래도 엉덩이 다 까진다) 산에서라면... 아주 곤란한 것이다.
평균 경사 60도를 넘는 산길을 계속 오르는 행군은 정말 힘든 것이었다. 차라리 내 발로 걸었으면 좋겠는데 말 위에서 그 경사를 느끼려니 그야말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난다. 더군다나 망나니는 처음엔 내가 이끄는대로 가더니 지 성에 안차면 막무가내로 비탈길을 올라 선두를 차지하고야 만다.
그때 망나니는 6마리 중 4번째였으니 당연히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앞서야 했다. 그에게는 경쟁심이, 투쟁심이, 승부욕이, 호승심이 있었던 것이다! 오오, 망나니, 드디어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이봐, 니 위에 인간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줘! 그쪽 길이 아니야!
"어어어어어어 안돼애애애애애애애~~~~!!!!"
망나니는 덤불속으로 용감히 솟구쳐 올랐다=_=!!!!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덤불은 자라는 길이가 있기 때문에 바닥부터 생기진 않는다. 그러니까, 망나니는 빠져나갈 수 있을 높이였으나 그 위에 있는 나부터는 절대 지나갈 수 없는 높이였던 것이다...
말그대로 덤불앞에 척 붙었다. 다리를 꽉 끼고 있는 내가 안움직이자 다행이 이놈이 안움직이나 싶었...지만 움직인다=_=! 어어어어 할 새도 없이 그대로 말등에 누워버렸다.
하늘이 푸르구나...(무성한 나무뿐인 산속인지라 하늘 보이지 않음)
아예 등에 누워버리니 끼웠던 발이 쑥 빠지면서 그대로 등을 타고 거꾸로 굴렀다. 말했듯이 여긴 경사가 심하다. 땅에서도 굴렀다....-_-
서술이 길었으나 워낙 번개같이 일어난 일. 채 손도 못쓰고 있던 사람들이 달려온다. 크흑... 다들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괜찮을리가 있나. 다행이 원래 튼실한 탓인지 크게 다치진 않았다. 말뒤로 떨어졌는데 이만한 게 천만다행이다.
이새끼, 너 죽었어 망나니!!!!!!!!!!!!!!!
나중에 들어보니 앞서가던 성무오빠와 돌고래는 내 비명소리를 듣고 멈췄다고 한다.
"만물상!! 괜찮아? 괜찮아???"
아무리 소리질러도 산길이라 내 모습이 보이지는 않고 비명소리만 들리더니 갑자기 고요해졌다고.
돌고래는... 타국에서 일치르는 줄 알고 떨어야 했다.-_-
하지만 돌고래라고 무사할리가 있나....
내가 떨어지고 나서 10분도 안되서 떨어졌다.-_-
앞서 말했듯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는 돌고래의 말 망나니2는 또다시 멈춰서서 뭘 주섬주섬 먹더니 그대로 앞발부터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어어어어~~!!!!!!!!!"
뒤에서 목격했다. 돌고래가 말머리를 타고 주르르륵 미끄러지는 장면을...-_-
"돌고래!!!"
체구가 작은 돌고래는 보이지도 않는다. 앞발에 채이면 큰일이다.
나보다 먼저 달려온 성무오빠가 구해줬는데 다행이 채이지는 않았고 떨어지는 충격으로 좀 놀랐을 뿐이었다. 둘다 엄청 위험하게 떨어졌는데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훗날 숙소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데 둘다 웬 멍이 군데군데 시퍼렇게 들어있었다.
망나니 원, 투! 잊지 않겠다...
내가 떨어진 뒤 대장은 망나니를 끈에 묶어 끌고 가기 시작했다. 쯧...-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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