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7. 00:02 ▶ nomad/'07 Japan



관광지라는 점을 감안해 일찍부터 부산을 떨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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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사.
사찰인지 신사인지 지역인지, 뭘 뜻하는 지도 모르면서 왠지 예전부터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던 곳. 지금까지 쏘다니며 본 대도시 분위기의 도쿄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선택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들을 기다리는 인력거꾼들이 보인다. 청년들에겐 미안하지만 내 상식으론 저걸 타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사람이 끈다는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안그래도 관광객인거 티나는데 더 주목을 끌기도 싫고. 무엇보다 굳이 저걸 타고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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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떠오르는 추억. 중국 취푸에 갔을 때 일이다. 친구인 돌고래와 함께였는데, 아침에 숙소를 나서 메인 도로로 나왔더니 거짓말 안하고 한 스무대는 넘어 보이는 인력거(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다. 분명 모터는 달려있는데 차는 아니니... 중국엔 우리가 아는 '탈 것' 이외의 것들이 너무 많았다)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인력거꾼들은 너나할것 없이 와글와글 떠들어 대는데 우리는 아침식사를 할 거라며 그들을 겨우 떼어내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중 한 의지의 인력거꾼이 우릴 따라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식사를 하는 동안 계속 옆에서 우리에게 레이저빔을 쏘아 보낸다. 식당을 나서면서 다시한번 분명하게 타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우릴 따라온다. 첫날이니만큼 동네를 파악하기 위해 인근을 계속 걸었는데, 가까이 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우리 주변을 빙빙 돈다.

종국에는 뭐라뭐라 큰 소리로 소리지르며 삿대질까지 하는데 진짜 어찌나 겁이 나던지... 거짓말 안하고 1시간 넘게 따라다닌 것 같은데, 의지의 중국인보단 의지의 한국인이 한 수 위지. 결국 인력거꾼은 엄청 무서운 눈빛을 쏘아대며 가버렸다.

그걸 타고 우리가 가려던 장소를 가는데 드는 비용은 2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몇백원 정도였으니 돈으로 따지면 굳이 못탈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더하고 빼고 없이 '낡은 리어카' 그 자체였다는 것... 정말 낡고 낡아 바퀴빠지기 직전의 리어카에 오토바이의 일부를 연결한 ㅡ 모터달린 달구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도로는 엄청난 먼지와 매캐한 매연이 가득한데 좌석이 높지도 않아서, 저걸 타면 필시 기관지염이 생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일 웃겼던 점으로 돌고래와 내가 뽑는 부분은 바로 우리가 앉는 좌석이 운전수보다 앞에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보통 저런 탈 것은 앞에 운전수가 있고 뒤에 손님이 타는데, 취푸의 그것은 뒤에서 미는 형식이었단 얘기다(정말이지 리어카와 다르지 않다). 도저히 그걸 타고 온갖 먼지와 바람과 눈길들을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쓰다보니 길어진다. 역시 중국 여행은 하려고만 하면 얘기가 무궁무진하다. 일본처럼 발전된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다.



다시 아사쿠사로 돌아와서.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이 꽤 많다. 더구나 다들 카메라를 들거나 자신있게 V자를 그리거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분위기. 시끌벅적한 흥분에 나까지 살짝 들뜨는 것 같다(그렇다. 나도 여행 중 맞다). 굳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Excuse me."

돌아보니 중동계열의 남자가 서있다. 남자는 자기가 어제 카메라를 샀는데 내 카메라가 자기 것과 비슷하다며 사용법을 물어온다. 소니의 최신형 모델을 들고 있으면서 굳이 니콘을 들고 있는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의아스러웠지만, 디카사용법이야 거기서 거기지. 정성스레 이것저것 가르쳐줬다.

고맙다며 이것 저것 물어오는데 한국인이라는 말에 여행 중이냐며 반색을 한다. 본인도 혼자 여행 중이라고. 그렇게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자가 혹시 오늘 동행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나는 이제 막 도착했고 자기는 아사쿠사를 다 둘러본 참이었지만, 어차피 카메라 악세서리 때문에 갈 데가 있으니 그동안 내가 관광을 마치면 함께 다니자는 거다. 안그래도 호텔 싱글룸에 묵다보니 여행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하루 정도는 일행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아 별 생각없이 승낙했다. 그래서 1시간 뒤에 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걷다보니 북적거리는 메인도로보단 조용한 사이사이 골목길이 눈에 들어온다. 예쁘기도 하고, 뭐랄까 도쿄에선 보지 못했던 일본적인 풍경이 마음에 든다.

한참을 걷다보니 드디어 입구가 보이는가 싶었는데, 이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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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악...
정말이지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 먼 모스크바까지 갔는데 바실리 사원이 공사중이거나, 중국의 무슨 3대 건축물 어쩌고 해서 갔더니 온통 공사자재들이 쌓여 있거나. 에잉...
뭐 이 여행 이후 두달 뒤에 다시 일본에 갔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땐 무지 허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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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를 뽑는 걸까? 어차피 일본어를 모르니 뭘 할 수는 없고, 내가 신기했던 건 위의 형광등. 저런 식으로 설치하다니 머리가 좋다.
안쪽에는 약수인지 성수인지 아무튼 물이 나오는 곳이 있다. 당연히 마시는 건 줄 알고 다가갔는데 다른 사람들을 훔쳐보지 않았음 큰일날뻔. 아무도 마시지 않고 살짝씩 손에 붓고 있다. 공부 좀 하고 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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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보이는 아저씨도 조신하게.
그런데 물을 뜨는 저 도구, 모양도 재질도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였으면 예의 그 빨강 파랑 바가지를 쓰지 않았을까. 저렇게 해 놓으니 분위기에도 맞고 훨씬 깔끔해 보인다.

사실 사찰에 가서 본당이 흥미로웠던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의무감으로 보고야 마는 곳이랄까. 모두들 제일 많이 가고 제일 많이 사진을 찍으니까 휩쓸려서 보는 느낌.
이번에도 역시 그런 기분을 살짝 느끼며 간 관음당은 내가 아는 사찰의 모습과 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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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소지 전체의 모습에서 정갈한 일본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관음상이 있다는 안쪽은 엄청 화려해서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저기 매달린 오색천. 왠지 불교보단 라마교가 떠오르는데... 아니 불교가 떠올라도 상관없는 것인가? 불교든 라마교든 관계없는 나로선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들어오면서 본 보살문 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이런 저런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운이 없다. 이것도 추억이겠지 싶어 뒤쪽을 돌아보는데 어딘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외국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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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를 하는 아저씨가 신기했던 걸까...
하지만 경내를 돌아다니다 진짜 흠칫했던 건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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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놀랐는지 모른다면 센다이 마쓰시마 여행부분을 다시 봐주길 바란다.

...이젠 헤어캡으로 모자라 턱받이까지!

색깔도 좀 더 컬러풀하다. 물론 헤어캡도 아니고 턱받이도 아니겠지만 대체 무슨 의미일지 정말 궁금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한 자의 눈에는 그저 재밌어보일 뿐.

시계를 보니 슬슬 훑어보며 걸어가면 약속시간에 딱 맞을 것 같다. 아까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나카미세仲見世를 느껴보기 위해 사찰 밖으로 향했다.

posted by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