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6. 23:07 ▶ nomad/'07 Japan



대책없는 이 여행에서 거의 유일무이하게 미리 체크한 일정이 바로 에도도쿄박물관 방문. 사실 전시회에 비하면 박물관은 조금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의 헤이안시대에 비하면 에도시대는 별관심이 안 가지만, '미니어처가 있더라'는 도쿄경험자의 한 마디에 바로 결정해버렸다.

실은 나...
미니어처를 무지 좋아하거든.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버린다. 특히 개별적인 미니어처 소품을 보는 것보단 뭔가 상황 자체가 모두 재현되어 있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 가면 제대로 된 에도시대 축소모형을 볼 수 있댄다. 어찌 안 갈 쏘냐!



날씨는 쾌청, 기분은 맑음, 가는 길은 상쾌. 전철역에서 내려 지도도 안 보고 적당히 걸었더니 박물관틱한 건물이 보이는데, 상상외로 엄청 크고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인 형태가 아니라 즐겁다. 굳이 마징가 제트의 전설을 만들어낸 도쿄도청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비하면 눈이 즐거운 건물들이 많은 도쿄인 것 같아 살짝 부러웠다.

일단 가까이 다가가는데 시야를 조금 불편하게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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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예상을 못했다. 하긴. 박물관은 전통적인 견학장소인데.
두리번거리니 빨간모자군단도, 노란모자군단도 보인다. 부디 개념없는 행동들로 나의 즐거운 관람을 방해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매표소로 향했다(한국에서 박물관이나 전시회장을 갈 때 어린 친구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음).

그래도 금새 즐거워졌다. 매표소의 아가씨들이 너무나 친절하고 티켓 디자인도 너무 귀여운 것이다.
가장 감동이었던 것은 한국어 안내팜플렛. 단순히 한글이 쓰여있어서가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신경쓴 티가 나고 디자인도 좋았다. 물론 좀더 많은 관광객을 끌기 위한 것이겠지만, 관광객을 끌 수 있다고 해서 다들 이렇게 잘 해 놓던가?

미리 얘기하자면 에도도쿄박물관은 정말이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곳이었다.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시설면에서나 뭐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제대로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고 또 관리되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이러한 지원의 배경은 언젠가 줏어들은 이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를 중심으로 한 칸사이진關西人의 자부심에 맞서, 도쿄사람들은 도쿄진東京人이 아닌 '에도진江戸人'이라는 명칭을 써가며 에도시대 이후 수도인 도쿄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인다는 이야기다. 에도코江戸っ子 역시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 여튼 정확하진 않지만 에도도쿄박물관의 멋진 모습은 아마도 이런 부분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각설하고, 사진을 보며 박물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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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경이 준비되어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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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왕...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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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엄청나다. 사진은 조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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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일본인의 미니어처 사랑은 역사가 깊은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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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단체로 어디가면 꼭 이런 애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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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만쉐이~ 물길난 것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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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옆에 일본화가 있고, 가운데 화면에는 일본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림이 나오는데,
저렇게 조명도 쏘고 배경 소리도 나온다. 진짜 최고로 마음에 들었던 것.
해설도 계속 나오는데 못 알아들으면서도 열심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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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와 배위의 조명이 그대로 재현되더니 (저 불꽃은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인다)
아래로 정말 등불을 실은 배가 지나간다.
물론 스피커에선 폭죽 터지는 소리와 사람들 노는 소리, 바닷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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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은 에도시대부터 현대까지 도쿄의 모든 역사를 보여준다.
근데... 일본땅으로 날아드는 저 화살표들과, 미사일의 개수를 보여주는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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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코너. 피해자로서의 일본을 부각시킨 점은 역시 아쉬웠다.
뭐 도시 자체로만 따지면 가해자로서의 일본을 나타내긴 힘든가 싶기도 하지만...
이 코너에서 자료를 보는 어린 학생들을 보니 답답해진 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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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무대를 미니어처로 만든 것. 위에 보이는 게 거울이다.
무대 뒤도 재현해놓고 거울로 보여주는 거다. 정말 세심한 박물관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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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