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초 이래 대영주의 성읍으로 발전하여 오늘날 도호쿠[東北] 지방 최대의 도시가 되었다. 시가지는 히로세강[廣瀨川] 좌안의 넓은 단구(段丘)에 펼쳐진다. 동부의 충적평야는 비옥한 논농사 지대이고, 남부의 나토리강[名取川] 자연제방에서는 채소재배가 활발하다. 동부해안에는 5만 t급 선박의 입항이 가능한 센다이항이... 됐어, 됐어. 뭔가 효과적이지 않은 정보다. -_-
떠나기전 센다이에 대해 획득한 또다른 정보는 이런 것. 수제 오뎅이 유명. 굴도 많이 잡힌다고.
......99.9% 부족해=_=!!!!
이틀을 새고 비몽사몽한 가운데 여권까지 놓고 오는 난리블루스를 추고 비행기에 탄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뭔가 이렇게 준비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떠나는 여행은 처음인 듯. 4주만에 내가 할 수 있게 된 일본어라곤 '다나카상은 백화점에 갑니다' 류의 것들... 이대로 센다이 공항에 떨어져서 칸사이 공항까지 찾아가는 건 서바이벌 미션수행과 다름없다. 생존을 위해 당장 써먹을 일본어를 외우기 위해 단어장을 펼쳤다. 가 잠들었다.-_-
어느 새 도착한 센다이. 역시 가까운 나라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엔지니어들의 일본어가 들려오고 입국심사대 앞에서는 정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도조~" 하며 방향을 안내한다.
아, 감동......
이게 바로 나마니혼, 生일본! 비행기 안에서 내내 퍼잤던 것과 달리 이국땅에 발을 놓자 어쩔 수 없이 들뜨기 시작한다. 센다이의 날씨는 그야말로 맑음. 춥긴 하지만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마을버스와 비슷한 공항버스도 정겹다. 뭔가 시골의 향기를 강하게 풍기는 길을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센다이 시내는 그야말로 일본의 향기가 물씬.
낑낑대고 수트케이스를 끌며 센다이역에서 이런 저런 볼일을 '일부러' 보고 호텔에 도착했건만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다. 체크아웃이 10시, 체크인이 4시, 현재 3시가 좀 넘은 시각. 청소시간은 충분하지 않나. 한시간도 안 남았는데 그냥 들여보내 달라고 해볼까... 는 무슨. 여긴 중국이 아니다. -_-
짐을 맡기고 일본에서의 첫 도시탐방을 나섰다. 드디어 아니메와 일드에서 보던 세상이 펼쳐지는가!
호텔 주변이 주택가라...-_- 0.1초 당황한 뒤 번화가로 이동.
뜨내기 손님인 내가 평가한다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센다이는 발전하고 있는 지방도시의 모습 그대로다. 센다이에서 나는 '일본은 역시 깨끗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동시에 뭔가 인공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 차이를 도쿄에 가고 나서야 확실히 알았다. 서울과 경기도 신도시의 차이랄까. 낡고 지저분한 도쿄의 역들과 달리 센다이역은 훨씬 깔끔하고 번화한 듯 보이지만, 도시 자체는 역세권을 벗어나면 매우 조용하고 소박하다.
하지만 역시 관광객의 눈에 띄는 건 이런 것.
루프루 센다이라고,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는 관광객 전용 버스다. 탔냐고? 이 눈에 띄는 걸 타면 사람들이 날 관광할 게 틀림없는데 탈 리가 있나.-_-
그나저나 내가 일본에서 궁금한 건, 바로 사람들. 정말 간을 빼줄 듯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지, 한국 어르신들이 보기엔 딱 도깨비로 보일 여고생들이 있는지, 멋진 블론드의 패셔너블한 언니들과 키는 작지만 짧은 수염을 멋지게 관리한 오빠들이 있는지. 그들을 보기 위해선 무조건 번화가로 가야했다. 그것도 상점이 밀집한 곳으로!
...사진? 전혀 못 찍었다.-_- 길 한복판에서 어정쩡하게 카메라를 들이대기엔 주변에 멋진 언니오빠들이 너무 많아서... 관광객 느낌의 사람들은 저언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혼자 음습하게 서서 사람들을 찍기엔 내공이 너무나 모자랐다.
대신 눈으로 실컷 담아온 센다이 멋쟁이들의 모습은 '두서없다'는 것. 이것도 나중에 도쿄에 가서 알게 된 것이지만 시부야계, 하라주쿠계, 신주쿠계, 다이칸야마계 등 동네에 따라 대강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도쿄와 달리 지나가는 센다이 젊은이들은 모든 게 뽕짝된 듯 보였다. 멋진 시부야계 언니 옆으로 하라주쿠계 중학생이 지나가고, 신주쿠계 아저씨 옆으로 에비스계 청년이 지나간달까. 아무튼 개성 역시 두서없이 뽐내는 일본의 젊음들을 구경하는 건 즐거웠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일본에 와있다는 걸 확실히 일깨워준 일은 따로 있었다.
혼자 잘 먹고 잘 놀다가 터벅터벅 호텔로 돌아오는 길. 워낙 인적이 드문 동네인데다 시간도 늦어서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내가 가로지르고 있는 주차장의 철망 너머로 고양이 한마리가 보였다.
일본 주택가의 고양이라니, 역시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보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그 옆을 지나가다가 고양이를 보고 멈춰선다. 그러더니 퇴근길이 분명한 그 남자는 집에 가는 것도 잊은 듯 길고양이와 놀아주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즐겁게.
그 남자와 고양이를 보면서, 순간, 모든 것이 확 마음에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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