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 배운 시기는 크게 두 번이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쯤(정확하지 않다) 했던 글짓기 과외. 사교육에 큰 관심 없던 엄마가 당시 흔치도 않던 걸 어찌 시켰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대강 동네 아줌마들이 나를 끼워서 팀을 짰고 내가 글쓰는 걸 좋아하니 별 생각없이 승낙했다는 모양. 어쨌든 스트레스 받던 다른 애들과 달리 그저 즐거운 시간이었다. 두 번째는 대학 입학 후 학보사에서. 이건 설명이 필요 없다.
사실 그동안에도 일말의 불안은 있었다. 언어는 변화하고, 공식도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헌책방에서 수십 년 전 발행된 책을 봤을 때 느꼈던 것처럼, 내가 아는 것도 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그래서 어떤 틀린 맞춤법이 반복적으로 보이면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 규정이 변한 건가 싶어 찾아보기도 여러 번이었다(그러나 내가 맞았다).
하지만 오늘 알게 된 것은 그렇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이다.
첫 번째는 따옴표 안, 즉 인용된 문장 끝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원칙이고 안 찍는 것이 허용이라는 것. ‘따옴표 안에 온점을 찍으면 한 문장에 두 개의 마침표가 생기게 되니 틀린 것이다’라고 배운 게 정말 명확하게 기억나는데! 기사문으로 배워서 차이가 있는 건가? 작은따옴표를 쓰든 큰따옴표를 쓰든 그래도 인용문 구성은 빡세게 훈련했는데? 두 번째는 말줄임표가 점 여섯 개만이 아니라 세 개도 허용된다는 것. 무려 5년 전부터! 물론 나도 이런 데는 마음대로 쓰지만 공식적으로 점 세 개는 표제나 부제에만 써봤는데. 어쩌다 출판물에서 봐도 그냥 편집자가 디자인 생각해서 마음대로 바꿨나보다 했는데! 거기다 기존의 말줄임표(…) 뿐만 아니라 온점(...)으로 쓸 수도 있다고 한다. 어마어마하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이것은 짜장면의 인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파도인 것이다. 우연이었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었기에 망정이지, 라고 생각하다가 아직 내가 모르는 변화가 많을 거라 생각하니 초조해지고 자신감도 하락하고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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