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4. 14:46 ▶ scrawl

1.
작년 말부터 꽤 자주 플레이리스트에 오르는 최첨단맨과 키라라. 최첨단맨은 신스팝/일렉트로닉팝이고 키라라는 아예 전자음악가로서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는데, 중요한 건 내가 흥미 있어 하던 장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신디사이저 소리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런 즐거움 오랜만이다. 별다른 정보나 조건 없이 음악만으로 빠져드는 느낌. 다만 젊은 아티스트들이라 곡이 적다(특히 최첨단맨...). 더 많은 곡을 듣고 싶다! 작업하라!


2.
실로 오랜만에 듣는 즐거움에 빠진 것은 다 바이닐(www.bainil.com) 덕택. 음악 듣는 플랫폼은 벅스(지금 벅스 말고..) 이후 안 써봤는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음악을 접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플랫폼의 스트리밍이더라. 그것도 ‘선택한’ 음악이 아닌 적당한 카테고리로 ‘추천된’ 음악. 바이닐은 엉뚱한 놈들 배만 불리는 게 아닌가 하는 찝찝함이 없고(처음에 이것 때문에 시작했다. 아티스트 수익분배율이 가장 높음), 싱글이든 EP든 뮤지션이 ‘의도한’ 앨범 단위로 듣는 게 오랜만이라 즐겁고, 무엇보다 실제 음반을 넣고 돌리는 듯한 아날로그 감성의 인터페이스가 정말 멋지다.


3.
최근의 이슈를 대비한 건 아니지만 지만원의 책을 읽은 적 있다. 무려 ‘12년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어마어마한 부제를 보고 집어든 것이다. 내가 궁금했던 건 단 한가지였다. 어떤 논리로 접근하기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일까. 이런 구조로 이런 주장을 펼치니 사람들이 혹 했구나 하고 납득할 만한, 최소한의 지적 수준은 갖췄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꼼짝 않고 서서 내리 한 권을 다 읽고 깨달았다. 주장은 둘째 치고 전체 구조, 논거, 문장구성, 증거자료까지 그냥 출판물 혹 연구결과물이란 지칭 자체가 민망한 쓰레기라는 걸.


4.
폭풍같이 몰아친 가고시마 여행기가 끝났다. 시간이 생긴 틈을 타서 밀린 여행기 중 하나라도 해결해보자 했다가 그나마 최근이고 기간이 짧았던 가고시마를 선택했다. 어찌어찌 마무리를 짓고 나니 남은 여행기들은 더욱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단 말이지.. 그래도 뿌듯하다. 사실 여행기는 전적으로 내가 읽어보려고 쓰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계기가 없으면 끝도 없이 미뤄지는데 막상 써놓고 보면 생각날 때마다 편하게 돌이켜 볼 수 있어 좋다.


5.
오랜만에 제대로 포스팅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였던 부분은 사진 정리도 아니고 글 쓰는 것도 아니고 블로그 그 자체였다. 티스토리보다 태터툴즈가 익숙한 시절부터 변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다른 블로그들을 다 테스트해보고 정착한 것이었는데.. 글 쓰는 툴이 바뀌었지만 안 먹히는 건 여전히 안 먹히고, 사진 개수가 늘어나면 페이지가 다운되고, 동영상은 카카오 연동 없이는 올릴 수도 없고, 큰 의미는 없지만 블로그 통계는 축소되고, 앱으로 공개 설정만 바꿨는데 영상과 사진과 글이 뒤죽박죽이 되고 일부는 무려 소실됐다. enter가 먹히다가 shift+enter가 먹히다가 하는 것도 스트레스. 나 같은 빨간펜증후군들은 행간이나 단락 사이가 내용만큼이나 신경 쓰이니까. 어쨌든 중요한 건 이 블로그를 이용해온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오류가 새로운 인터페이스에서는 왜 이렇게 난리냐는 것이다.
백년 만에 메인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어떤 분위기와 방향성을 원하는지는 알겠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안정성 아닌가? 이미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싹튼 이상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긴 하지만.. 가능하면 정말 계속 이 공간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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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