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저는 정보력이 제로인 여행기를 쓰고 있지요. 이쯤에서 저도 어느 정도의 정보를 담고 있는 글을 쓸까 합니다...... 실은 타쉬 레스토랑에 대해 쓰고 나니 여행하는 동안 즐겨 다녔던 레스토랑과 음식에 대해 쓰고 싶어졌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사진이 남아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쓸 예정이라 몇 개 안될 것 같습니다.
◈ Tashi Restaurant (라싸)
앞서 나왔기 때문에 길게 말할 필요는 없을 듯. 레스토랑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규모가 작습니다. 옛날에야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워낙에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지 타쉬 종업원들만의 특별한 친절함이나 그런 건 느끼지 못했어요. 그래도 아직은 따뜻하고 정겨운 여행자들의 쉼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감기에 걸려서 타쉬의 얼큰한 신라면 한그릇을 먹었지요. 'Korean noodle'이라고 메뉴판에 있답니다. 어떻게 공수해 오는 지는 모르겠는데 맛은 똑같습니다. 라면 앞에 있는 건 스크램블 에그인데 야채가 꽤나 많이 들어갑니다. 요리된 당근 치고는 너무 딱딱해서 그저 그랬어요.
오른쪽 사진 밀크티 앞에 있는 것이 초콜릿 케잌, 가운데 있는 것이 그 유명한 치즈케잌입니다. 초콜릿 케잌은 다크 초콜릿을 쓰는지 약간 쓴맛이 나면서 굉장히 달았어요. 단 걸 싫어하기 때문에 돌고래의 뱃속으로. 치즈케잌은 한국분들에게 약간의 실망을 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먹는 노란 치즈케잌이 아니라 요거트 맛이 나는 시큼한 흰색 치즈 거든요. 초콜렛 가루와 파인애플 조각이 올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치즈를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었지만 나중에 오신 한국분들 중에는 입맛에 안맞아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더군요.
그 외에 모모, 보비 등이 잘 알려진 특별메뉴인데 맛은...-_- 모모는 오른쪽 사진 맨 끝에 있는 건데 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애플모모는 롯데리아에서 파는 애플파이랑 비슷한데 겉이 더 두껍고... 우리가 시킨 건 아니고 강혜정씨가 시키셨다가 우리에게 주고 간...; 나중에 프랑스인 부부가 이걸 궁금해 하길래 먹으라고 줬더니 먹어 보고는 주문 안하더이다.-_-
보비는 야채와 고기를 볶은 것을 얇은 밀가루 빵에 싸서 먹습니다. 뭐, 또르띠야도 그렇고 외국 음식들이 다 비슷한 것 같지 않습니까? 특별한 맛이라기 보다는 크게 색다르진 않은 맛이예요.
갈 때마다 구석에 앉아서 몇시간이고 중얼중얼 경전을 읽는 티벳탄 할아버지, 뭔가 싶어 뒤적이자 부끄러운 듯 살짝 웃으며 황급히 영어공부책을 치우던 종업원이 인상적이었던 타쉬. 어쨌든 라싸에 온 여행자라면 한번 이상 들리게 되는 곳입니다.
◈ Pentoc Restaurant (라싸)
라싸에는 모두에게 유명한 펜톡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그 게스트하우스에 작은 카페가 딸려 있습니다. 다카가 처음에 계속 펜톡 레스토랑에 가자고 하길래 거기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곳이더군요.
야크호텔을 나온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걷다가 첫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편에 있습니다. 타쉬보다 더 작고 허름해 보이지만, 펜톡과 타쉬는 주인이 같습니다. 바로 옆에 보이는 마마입니다. 물론 이름이 마마는 아니고 우리가 친근하게 부르던 애칭인데 실제 이름이 '펜톡'이예요. 마마네 가족은 6자매인가 7자매인가... 여하튼 타쉬의 여주인은 마마의 동생이고, 모자이크처리 된 돌고래의 옆에 서있는 여자애가 마마의 막내동생입니다.
펜톡 레스토랑은 제대로 된 메뉴판도 없고 요리도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는 라싸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일수를 찍었습니다. 메뉴판에 없어도 마마는 해달라는 대로 다 줍니다. 그냥 빵에 달갈프라이만 시켜도 되고 볶음국수에 뭘 추가해도 되고... 샐러드가 먹고 싶어서 아무거나 있는 야채로 해달라고 했더니 마침 있던 오이와 토마토를 수북히 넣고 만들어줬는데, 그 소스가 정말 환상이었어요.
꽤 좋은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는데 DVD를 볼 수 있습니다. 티벳뮤직비디오도 실컷 보고 인도 뮤직비디오, 홍콩 영화 등 갈 때마다 DVD를 보면서 편하게 쉴 수 있었어요. 그리고 밀크티! 그 어느 식당의 밀크티보다 맛있어요. 훨씬 달고 깊은 맛인데 큰 컵에 3~4위안인 타쉬와 달리 작은 컵에 0.5위안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마마는 영어를 정말 잘해요. 발음도 꽤 괜찮은 편이고, 제가 만난 그 누구보다 영어를 잘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도 있었고 궁금한 걸 실컷 물어볼 수도 있었구요. 어느 게스트북에도 나오지 않은 곳이라 오직 외국인은 우리뿐인 상황에서 매일매일 가족처럼 반겨주는 마마가 지금도 너무 그립습니다. 참! 한국인 여행자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이드북에 내기로 했다는데 어느 책인지 모르겠네요.
◈ Nomad Restaurant (샤허)
라부랑스가 보일 때까지 길 끝으로 오면 Overseas Hotel이 있는데 그 맞은 편 건물 3층에 있습니다. 론리나 다른 가이드북에 안나와서 그런지 외국인은 거의 없었는데 햇살도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길가의 좌판들과 대로변, 라부랑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창가자리가 꼭 마음에 들었어요. 메뉴는 Tibetan, Chinese, Western으로 나뉘어지는데 종류도 많고 가격도 괜찮아서 매일 다녔어요.
자주 시켜먹었던 탕수육과 볶음밥. 볶음밥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Mixed'라고 되어있는 것을 시키면 됩니다(영어메뉴판이 있어요). 고추장과 비벼먹으면 그야말로 천국의 맛... 탕수육은 튀김옷만 두꺼운 짜가탕수육이 아닙니다. 고기도 두툼하고 소스가 훨씬 달짝지근하고 맛있어요. 중국식이름은 까먹었는데 영어로는 'Sweet and sour'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근데 chicken이랑 pork가 반대로 쓰여있어요. 그러니까 닭이라는 중국어가 들어간 것 옆에 pork라고 되어있고 돼지 옆에는 chicken이라고 되어 있지요. 영어로 메뉴를 가리키면 종업원은 한자를 보고 주문을 받기 때문에 고기가 바뀐답니다. 바뀌었다고 말해줄 것을...-_- 그것 말고도 철자가 틀린 것이 많은데 애교로 넘어가야죠.
저 요상한 유리컵 안에 든 것은 티벳탄 차(Tea)입니다. 뭘까 해서 시켜봤는데 여러가지 꽃잎과 차맛은 괜찮은데 굉장히 달아요. 안에 보이는 흰색 결정체가 다 설탕입니다. 마실수록 엄청나게 달아지기 때문에 시킬 때 설탕은 빼달라고 해야 좋습니다.
◈ Chill (라싸)
역시 매일 밤 출퇴근하던 바(Bar)입니다. 밀크티가 괜찮다며 강혜정씨가 추천해 준 곳이었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외국인 여행자들의 또다른 집합장소가 된 곳이지요.
야크호텔 건너편 녹색간판입니다. 들어가면 우선 눈이 번쩍 뜨이는 디스플레이에 놀라게 되지요. 전통문양이 그려져있거나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고 정말 멋진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바텐더가 있는 바 자리도 나무랄데없이 만들어져 있고 한국 호프집에서 볼 수 있는 넓은 좌석도 구비되어 있어요. 2층으로 올라가면 좁은 창가자리들이 있는데 테이블마다 스탠드가 있어서 밤에 켜면 끝내주지요.
무엇보다 다양한 음악이 구비되어 있는 것이 좋아요. 첫날 갔을 땐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밤새도록 비틀즈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나서는 갈 때마다 바텐더가 한국가요 메들리를 들려줬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신승훈의 'I Believe' 같이 영화나 드라마에 쓰인 발라드가 대부분입니다. 한국과 다름없이 깔끔하고 잘 만들어진 Bar에서 한국노래와 비틀즈를 들으니 내가 어디있는지 헷갈리더군요.
맥주를 마실 수도 있고 식사를 할 수도 있지요. 처음엔 돌고래와 둘이 다니다가 다카와 니코도 들락거리게 되었고, 나중에 보니 굉장히 많은 여행자들이 속속들이 모이고 있더군요. 그때 일하던 바텐더 녀석은 16살짜리였는데 샹하이에서 여행왔다가 돈을 탕진해버려서 두달째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돌아갈 돈을 벌다니 참 기특한 녀석이지요. 영어를 꽤 하는데 어디서 배운 적은 없고 외국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연습했다더군요. 천재인가...
아무튼 손님이 가지 않는 한 밤새 영업을 합니다. 라싸 떠나기 전날에는 새벽 2시까지 있었어요. 음식은 다른 식당에 비하면 비싼 편이긴 한데 꽤 괜찮은 수준이고 무엇보다 자릿값과 한국에서의 식비를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습니다.
◈ 사천식 샤브샤브 (쏭판)
쏭판은 하나의 큰 거리가 메인도로인데 의외로 괜찮은 식당이 없거든요. 거기에 '百里香'이라고 쓰여진 식당이 있습니다. 꽤 크고 사람들이 많이 와서 찾기 쉬워요. 가격은 그다지 싼 편은 아닌데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엄청 붐빕니다. 가족단위, 우리로 치면 직장인 단위가 많이 오는 것으로 보아 외식할 때 주로 이용되는 곳인가 봅니다. 매운 맛과 순한 맛이 있는데 매운 맛 했다간 경을 칩니다... (지가 시켜놓고 매운맛을 다 남겼던 와타루의 기억.-_-)
◈ 중국식 아침식사
이것이 요우티아오와 콩국. 저 꽈배기빵을 콩국에 적셔서 먹는데 생각보다 배불러요. 한사람당 배부르게 먹어도 1.5 내지는 2위안 정도? 우리돈으로 300원이 안됩니다.
◈ 탕수육과 계란탕 (랑무스)
랑무스에 가면 대부분 랑무스 호텔에 묵게 되지요. 시설도 웬만하고 친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굉장히 예쁘고 지적으로 생긴 티벳탄 여주인이 맞아준답니다. 요지는 이게 아니고...-_- 아무튼 랑무스 호텔 1층으로 가시면 바로 옆에 랑무스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우리는 밤중에 간데다 비수기라 식당이 썰렁했는데 여름엔 말도 못하게 붐빈다네요.
만화에 나올 것 같이 생긴 주인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나 여름엔 외국인은 물론 베이징이나 샹하이 등지에서 내국인도 엄청나게 온다고 하더군요. 겨울엔 우리 둘뿐이었나 봅니다. 한참 이야기 하다가 차도 마시고 배도 채웠습니다.
여기서 이 탕수육을 먹고 이름을 외워두었다가 샤허에서도 시킨 거랍니다. 노마드 보다 이쪽이 조금 더 맛있는 것 같네요. 영어메뉴판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sweet and sour pork라고 되어 있지요. 아저씨가 굉장히 털털하고 마음씨 좋으시고 호텔과도 가까워서 매력적인 식당입니다.
◈ 사라 양의 베지터블 피자 (쏭판)
쏭판의 Happy Trails 사무실 바로 옆에는 Sarah Yang의 식당이 있습니다. 명함을 잃어버렸군요. 아무튼 쏭판의 유일무이한 Western 레스토랑이죠. 스크램블 에그부터 시작해서 토스트니 햄버거니 별거 다됩니다. 베지터블 피자가 유명한데, 그냥 네모난 빵 위에 토핑이 굉장히 빈약합니다. 그래도 중국식에 질리신 분들은 먹어보실만 합니다. 음료수는 비싸게 받는데 다 가게에서 그냥 사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가는 게 좋아요. 겨울에 여행하면서 느꼈지만, 주문하고 나니 재료를 사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얼마나 여행자가 없으면...-_- 이곳에도 게스트북이 있고 벽에 여행자들의 메세지가 붙어있는데 의외로 한국 여행자들의 흔적이 가장 많았습니다. 아, 여기서 웃비아님의 메모(라기보다는 기행문) 잘 보았지요.^^
◈ 달짝지근 왕고구마
이 왕고구마는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어김없이 팔고 길거리에도 수두룩 하지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커서 정말 팔뚝만한 군고구마인데, 예상과 달리 안이 정말 샛노랗고 맛있습니다.
처음 먹어 본 것은 취푸의 공림 앞에서 사먹어 본 것이었는데 솔직히 그때 그 고구마처럼 샛노란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고구마를 먹으면서 마차를 탔는데 이 녀석이 따그닥 따그닥 걸으면서 엄청나게 볼 일을 보았지요. 다 먹은 뒤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쏟아낼 뻔 했던 안좋은 추억입니다.-_-
◈ 회족 식당의 국수 한그릇 (란저우)
란저우에서 식당을 찾아 걷다가 발견한 시장이었어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시끄럽고 활기찬 식당 깊숙한 곳에 있는 회족식당이었습니다. 아저씨가 너무 좋아보여서 들어갔는데 맛도 정말 괜찮았지요.
두번째 갔을 때는 아저씨가 우릴 알아보고 어제와 똑같은 걸 먹겠냐고 하더니 정말 기억하셨는지 똑같이 갖다 주시더군요. 감격했습니다. 낯선 여행자에게는 이런 소소한 관심 하나하나가 정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만달라 레스토랑 (라싸)
쓰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역시 정보력 계획력 제로인 여행기...). 이름이 만달라인지는... 혹시 물어보는 분이 계시면 돌고래한테 물어봐서 정확한 이름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_= 니코가 추천해서 함께 갔던 곳인데 후진 외관과 달리 굉장히 넓고 인도식, 네팔식, 중국식, 티벳식, 서양식 요리 등 종류도 많습니다. 바코르 광장에서 조캉을 마주보고 서서 오른편인데, 이렇게 말해봤자 아무도 못알아들으시겠죠...-_-
커리가 맛있다고 해서 각각 종류가 다른 커리를 시켰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밥이나 난을 시켜서 커리와 함께 먹는데, 네팔풍의 그릇에 담겨나옵니다. 부드러운 고구마 고로케같은 것이 든 것도 있고, 제가 먹은 건 좀 매콤한 머쉬룸 커리였어요. 샐러드를 시키면 우리나라풍의 사라다가 나옵니다. 야채를 잘게 썰어서 마요네즈와 케찹을 믹스한 드레싱을 섞은 것이죠. 유러피안인 니코는 샐러드를 보고 웃었습니다만 우리는 다른 의미로 미소를...호홋.
사실 이걸 먹고 돌고래는 설사병이 나서 밤잠을 설쳤습니다만-_-; 정말 맛은 있습니다. 가격도 굉장히 싸구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은 다들 레스토랑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만, 이곳이야말로 정말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싸에서 특별한 요리를 먹어보고 싶을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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