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6. 05:34
▶ scrawl
비행기 타는 거 안좋아한다. 건조하고, 붓고, 일반석은 온 몸이 쑤시는 사이즈에, 수십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터뷸런스, 너무 춥고, 무엇보다 나는.. 고소공포증인 것이다. 몰랐다. 고소공포증인 건 알았지만 비행기와 연결시키지 못했다. 아마 너무 흥분해서였을 것이다. 하기사 이륙할 때의 느낌만으로 가슴이 뛰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땐 패기, 설렘 등으로 커버되던 요소들이 나이가 들수록 고개를 빳빳이 쳐드는데, 너 언제 거기 있었냐는듯 놀라봤자 소용없다.
하지만 난 오늘도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 스튜어디스나 공항직원 같군.. 오늘도라는 것은 '그 정도로 많이 간다'는 것보단 '어김없이 간다'의 느낌으로. '싫다고 않가겠냐'도 일부.
이것도 몰랐지. 출장다니는 인생이 멋있어 보이던 시절이 지나갈 줄은. 하는 일이 일이다보니 현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 맞지만, 아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국 밖을 좋아하지만, 출장은 출장인 것이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잖아.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감각으로 곧 시작된다. 3주간 하루이틀씩 한국에 들어오며 3개국을 들락거리는 스케쥴. 출발 전은 밤을 새거나 두어시간 자거나 둘중 하나니까 오전 비행기는 항상 타기 전부터 지친다.
새벽 공기에 리무진도 너무 춥다. 그래도 한산하고 스산한 공항고속도로는 조금 마음에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