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7. 22:26 ▶ nomad/'06 China: Beijing

문득 생각이 나서 꺼내봤다.


당시 폴라로이드에 심취해 있어서 디카는 아예 안 가져가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만 가져갔는데,

덕분에 많이 찍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래서 더 소중한 사진들이기도 하고.

뭐 폴라로이드만의 독특한 느낌 덕에 좀 더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참고로 사진들을 스캔했더니 주변 테두리가 너무 하얗게 나와서 종이의 질감이 없어지는 바람에..

스캔본만 봐서는 폴라로이드 사진이라는 게 별로 느껴지질 않아서;

사진틀은 편집기를 쓰고 원래 사진에 써두었던 걸 포토샵으로 따서 붙여놓았음.)


개인적으로 약 3년 반 만의 베이징이었는데.

이런 저런 일로 머리터지게 복잡할 때였기 때문에.. 체류하면서 가장 많이 갔던 곳이 무려 스타벅스였다는 사실.

커피 마셔가며 배고프면 부실한 샌드위치로 배 채워가며 몇 시간 동안 결론도 없는 고민을 하곤 했다.

기간이 짧지도 않았고 금전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니었는데 본격적으로 베이징 속으로 뛰어들 생각은 못했던..

아니 그런 여유가 없었던 시기였다.


물론 나름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즐거운 기억도 있고,

나갈 때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이제와서 생각하면 참 아쉬운 것이.. 어쩌면 지금은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더 그럴지도.


여튼, 그때의 기억 몇 장을 꺼내놓는다.



아직도 생각난다. 참 난감했던 그 기분.

3년 반 전에도 같은 위치에서 이 풍경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변하지 않은 거리처럼 나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야말로 난감했다.


지금은?

어떤 의미로는 변했고.. 어떤 의미로는 변하지 않았을지도.



이 가게 진짜 최고.

저렇게 온 가족이 만드는 손만두 한 판이 3위엔, 그러니까 당시 한국돈으로 500원 미만이었다.

매서운 추위를 녹여주는 뜨끈한 훈뚠 한사발은 1.5위엔.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도 기가 막혔던.. 쓰고 있자니 먹고 싶어서 못 참을 지경이다.



약 1년 만에 티벳의복을 보고 아련한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사실 일부러 갔지만. 티벳불교사원이라는 말에 당장 찾아갔었다.


그땐 몰랐는데 이곳의 스님들은 중국 정부에 협조적이라고 한다.

법당 안에 있던 스님과 티벳에 다녀온 이야기를 잠시 나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 궁금하다. 베이징 한복판의 티벳스님은 과연 무슨 마음으로 내 얘길 들었을까?



당시에도 베이징올림픽의 준비로 정비사업이 한창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1의 철거대상이었던 후통.

후통은 쉽게 말해 아직 옛 모습이 남아있는 뒷골목으로 당연히 관광객의 표적(?)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곳에선 관광객을 볼 수가 없어서..

전혀 변하지 않은 중국의 일부를 구석구석 느긋하게 볼 수 있었다.


근데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을 그렇게 엿봤으니.. 이제 와서 좀 미안해지네.



시리도록 파란 겨울 하늘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던 그때.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의 관광지마다 중국인이 많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외국관광객도 많지만 워낙 중국인 인파가 많다보니 티도 안 난다는 얘기..

밋밋한 풍경 사진을 찍었지만 그때 봤던 중국인들의 휴일놀이가 참 재밌었다.



흔히 알고 있듯 베이징의 인사동이라고 말하기엔 미안한 류리창.

변해버린 인사동과는 차원이 다른 각종 미술품과 골동품이 즐비한 곳이다.


그렇다곤 해도 장사꾼이 득실거리는 것 역시 사실인데.

그 대단한 중국 장사치에게 걸리기는 커녕, 이때 중국어를 매우 잘하는 사람과 함께 한 덕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그림자인형극에 쓰이는 인형을 파는 가게에서 주인 아저씨의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들었던 게 가장 큰 수확.

기념으로 인형을 샀던 게 이걸 쓰면서 생각났는데.. 대체 어디에 뒀을까 생각해보니

아마 누군가에게 선물로 줬던 것 같다. 으윽.


(대체 누구에게 줬는지도 기억이 안 나서.. 억울한 마음에 좀 더 기억을 끌어내봤는데

결국 떠올랐다. 결혼할 거라 의심치 않았던 커플에게 남녀 인형을 각각 하나씩 줬는데 지금은 헤어졌음.

상대방 관련된 물건 정리한다고 버린 거 아녀? 이런 젠장..)



매일 걸었던 길. 이 풍경이 다른 어떤 사진의 풍경보다 소중해질 줄이야.

posted by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