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Life in Tokyo: 그 사진의 사정 - 먹거리편
먹을 때마다 매번 찍어놓은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먹거리편'이라고 타이틀 붙이기는 좀 그렇지만.
(이럴 줄 알았음 좀 찍어놓을 걸.. 오히려 자주 갔던 가게들의 사진은 한 장도 없..;)
그냥 이전 포스팅(그 사진의 사정)을 쓰다보니 한 번에 다 올리기엔 좀 길어졌는데..
나눠 올리려 했더니 글 자체가 두서없는 사진 포스팅이라 주제가 없고.. 해서 그냥 먹는 것에 대한 사진 몇 개 묶었다.
아마 도쿄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먹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이 둘.. (500ml는 저거, 작은 거 살 땐 오이시이규뉴)
편의점 샌드위치라기엔 퀄리티가 꽤 높았다. 특별한 건 안 들었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
스프레드도 야박하지 않고.. 무엇보다 빵이 베이커리 빵처럼 부드러워서 놀라웠다.
집에 오는 길에 출출하거나 입이 심심하면 꼭 편의점에 들러 사들고 왔던.
마트에 장보러 갈 때마다 잊지 않고 샀던 요거트와 팩으로 된 미소시루.
저 요거트는 생크림도 들어 있고 먹었을 때 느낌도 그렇고 요거트보단 푸딩에 가깝다.
완전 꽂혀서 도쿄에 있는 내내 달고 살았는데.. 낱개로 파는 편의점보다 마트가 쬐끔 싸서 항상 마트에서 구입.
미소시루는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되는 액상 미소시루(?)가 12개의 작은 팩에 들어있다.
집에서도 먹었지만.. 점심 때 가져가서 먹는 용도로 꽤 완소 아이템이었다.
점심은 구내식당을 가도 되고 밖에 나가도 상관없지만 그게 좀 귀찮기도 하고 물리기도 해서..
돈도 절약할겸 같이 일하던 사람을 따라 도시락을 몇번 쌌었다.
(사실 변변한 도시락통이 없어서 굳이 안싸려고 했는데.. 이 사람이 선물해 줬다. 물론 100엔샵 제품이지만)
근데 도시락이라는 게 원체 목이 메이고.. 차랑 같이 먹는 걸로는 성이 안차고. (차는 국물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저 팩을 챙겨와서 함께 먹으니 어찌나 좋던지. 컵에 뜨거운 물과 함께 붓기만 하면 되고 말이다.
도시락 싸기 귀찮을 땐 편의점 오니기리나 오리진 벤또를 사먹었는데 그때도 역시 이 미소시루가 활약..
멘마는 워낙 좋아해서 보자마자 냉큼 바구니에 넣어버렸는데.. 저게 은근히 양이 많아서 먹느라 힘들었다.;
언젠가 주말의 식사. 사실 평일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원래 요리 좋아하지도 않고 해서 안 해먹었는데
돈도 절약하고.. 뭣보다 맨션에 구비된 주방기구를 안 쓰기도 아깝다는 생각에 주말은 좀 만들어 먹었다.
그래봤자 별거 없지만. 가운데 접시는 고기가 메인인 것 같지만 사실 멘마가 메인이다.
위에 쓴대로 겁도없이 멘마를 잔뜩 샀으므로.. 해결할 요량으로 고기와 야채와 함께 볶아버렸다.
거기에 미소시루랑, 한국에서 가져온 유일한 음식인 오이지무침(마트에서 샀지만).. 디저트로 딸기.
체류기간이 어정쩡하다보니 그릇이고 뭐고 다 빌린 것들이라 저렇게 제각각이다.
동생과 친구가 월요일에 휴가를 내고 주말을 껴서 놀러왔었다.
물론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둘 다 어찌 같은 시기가 되어 비행기까지 같이 타고 왔다는..
재회를 자축하며 맨션에서 가볍게 맥주 한캔씩. (저 아사히는 내가 사랑하는 미니사이즈.. 완전 귀엽다)
맥주 사면서 마트표 닭꼬치도 샀는데 의외로 실하고 맛있어서 다들 좋아했다.
윗 사진에 이어서. (그렇다.. 용감하게도 침대에서 먹고 있다. 그것도 흰 시트 위)
가볍게 한캔씩 했더니 배만 고파져서.. 에다마메로는 성이 안차 인스턴트 야끼소바 하나 뜯었다.
별생각없이 사놓은 건데 없었음 어쩔뻔 했냐 싶게 다들 먹어댔다. 심하게 맛있다면서..
이번엔 짐이 너무 많아 못 사왔지만 다음에 갈 땐 선물로 사다줄까 싶다.
나름 절약생활을 하다가 고삐가 풀렸던..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했던 날. 긴자.
그 많은 맛집을 놔두고 왜 저기를 갔냐고 묻는다면.. 딱 쉬려고 하던 찰나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한국에서부터 먹고 싶던 딸기 타르트를 보자마자 시켰는데.. 뭐 이런 곳의 타르트를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고..
그래도 여기가 와코 앞인가 그랬어서.. 창가에 앉아 긴자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기엔 딱 좋았던.
아, 저때 진짜.. 좋았는데.
체인점 텐야의 텐동. 이 텐동에 대해서는 좀 쓰고 싶은데..
돈부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도대체가 이 텐동만큼은 선뜻 먹지 않게 된다.
물론 소스도 맛있고 (특히 텐야는 소스맛으로도 유명) 튀김을 딱히 싫어하진 않는데..
밥 위에 튀김을 올려서 먹는, 아니 그걸 떠나 밥이랑 같이 먹는 그 자체가 좀..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랄까.
보통 튀김이라는 게 밥이랑 같이 먹는 음식은 아니지 않나..?
카츠동이나 오야코동은 그냥 봐도 밥 반찬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텐동만큼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전 포스팅에 적었던 코소앙古桑庵에서.. 목이 말라서 아이스말차라떼를 시켰는데 같이 나왔다.
그냥 설탕 덩어리일 것 같아서 손도 안대다가 한입 먹었는데.. 의외로 괜찮았던.
뭐 짐작하듯 안에는 팥소가 있고.. 겉의 내용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달지도 않고 괜찮았다.
지유가오카의 전통찻집하면 다들 코소앙을 떠올리는데..
정원이나 가옥 자체, 혹은 주인 할머니의 작품들과 디스플레이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기본이 되는 음료에 대해서는.. 뭐 그닥 좋지는 않다는 게 내 생각.
앙미츠같은 거야 한국인이라 입맛에 안 맞을 수 있지만 아이스말차라떼야.. 한국에서도 흔히 파는 건데..
센스없는 컵하며 빨대하며 거기다 맛도 진짜 밍밍.. 코소앙은 그냥 분위기 생각해서 가는 게 딱 좋은 곳이라고 본다.
그래도 도쿄생활의 묘미는 바로 이것 아니겠나..
집에 오자마자 일단 아사히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티비를 보며 느긋하게 즐기는 마트표 초밥과 가벼운 미니맥주캔의 코라보레이션.
아..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