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longings
Ice Cream for Astronauts
만물상
2009. 10. 6. 14:18
뉴욕 자연사박물관 안의 기념품점에서 보자마자 구입.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첫번째로, 이건 도저히 아이스크림일 수가 없다는 것.
우주비행사의 음식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상온에 놓인 이 팩이 아이스크림이라고?
매우 가볍고, 만져보니 딱딱한 사각의 내용물이 잡히는 이게 아이스크림?
그리고 두번째. 우주비행사의 음식이란 게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나. 이 선명한 NASA 마크는 뭐야.
계산대로 가져가 '이게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이 먹는 바로 그게 맞냐'고 재차 확인했지만,
뭐 그렇게 당연한 걸 묻느냐는 식의 눈빛과 대답은 날 더욱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정말 정말 궁금해 죽을 뻔 했지만 금방 열어보는 게 아까워 고이고이 모셔두었다가
한국에 돌아와 수트케이스 안에서 다 부서진(그렇다. 부서진) 아이스크림을 개봉.
바로 이것이다.
색깔은 합격. 민트초코칩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확실히 민트색이고 초코칩 비스무레한 것도 보인다.
맛을 보기 전 촉감부터 말하자면 그냥 과자같기도 하고, 입자 고운 스티로폼 같기도 하고.
사실 겉봉을 뜯으면 어떤 화학작용에 의해 일순 제품이 차가워진다거나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연 후에도 그냥 그대로여서 더 놀랐다. 만져봐도 전혀 차갑지 않다. 어떻게 이게 아이스크림이지.
그리고 정말 조심스럽게 입에 넣어 봤는데...
...우와.
정말이지... 인터넷으로는 식감을 전할 수가 없다는 것, 내 언어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이거, 진짜 아이스크림이었다. 아니 굳이 원래 의미를 따지자면 아이스ice는 아니긴 한데, 뭐랄까,
그래도 아이스크림이었다. 차갑지만 않을 뿐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점점 말이 꼬이네.
음... 녹은 아이스크림 같다고 하면 되려나? 아니 그것도 어느 정도는 차갑지. 그리고 많이 묽고.
녹은 아이스크림 보다야 좀 더 크리미한 느낌이고, 아무튼... 정말 식감 자체는 아이스크림이다.
상온에서 녹지 않고 입 안에서 녹는 걸 봐도 일반 아이스크림과 다르고 그 녹는 느낌이라는 것도 좀 색다르다.
그러나 과자도 아니고 사탕도 아니고 밥은 더더욱 아니고... 다른 단어가 없다. 가장 가까운 단어가 아이스크림.
근데 미국인들 진짜 웃긴다. 아니 뭐 우주에서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꼭 먹어야하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굳이 만들어냈나.
진짜 아이스크림에 비하겠냐마는 우주에서 즐기는 지구의 맛으로는 나쁘지 않은 듯하다.
한 입 먹으면 우주비행사가 된 것 같고- 뭐 이런 유치한 카피는 불가능한 제품이지만
신기하고 즐거운 기분만으로도 살짝 우주에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자고로 우주란 그런 것 아니던가.
보통 사람들에게 우주란 현실보다는 공상에 가까운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