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Life in Tokyo: 그 사진의 사정
이때 그다지 사진을 안 찍기도 했고.. 놀러 간 게 아니다보니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아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한국에 가는 걸 좀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다.
(평일은 당연히 무리고 주말은 보고서의 압박으로 괜히 못 나가고 그랬다. 쓰지도 않을 거면서)
사진이 별로 안 남아 있다. 내가 사랑하는 시부야는 무려 한 장도 없다는..
여튼 남은 사진 중에서 두서없이 방출하는 포스팅.
시모기타자와에 있는 혼다극장. 첫 휴일을 맞아 2년 만의 시모기타자와에 갔다가 저기서 연극을 보았다.
티켓이 8천엔인가 그랬고 프로그램북이 2천엔이라.. 당시 환율로 따지면 눈깜짝할 새에 약 14만원을 지출.
공연이 나쁘진 않았는데.. 아 정말 일본은 문화생활 하기에 너무 힘든듯. 14만원이 뭐냐.
근데 흥미로운 건 일본은 우리처럼 뭐 인터넷 할인이라던지 카드 할인 같은 게 전혀 없다.
그런데도 공연 티켓이 잘 팔리고 더불어 프로그램북이나 기타 굿즈도 팔리는 걸 보면..
뭐 거창하게 '문화의식이 높다'는 표현은 좀 웃긴 것 같고, 다만 문화를 즐기는 것에 대한 보편성은 높은 듯.
맨션 앞에 고가 도로가 있는데 내 방은 높이상 도로보다 위에 있었다. 다행히도.
(도로 아래에서 다리만 본다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끔찍..)
여튼 그래서 하늘이 잘 보이는데.. 어느날 태풍이 와서 우르르 쾅쾅 난리를 치더니 하늘이 저랬다.
사진으론 한 30%나 전달될까 싶을 정도로 정말 어둡고 묵직한 구름이 시야에 한 가득.
도쿄가 고담시로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저 멀리 있는 빌딩도 왠지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같지 않은가?)
미쯔코시마에 역 안에 있는 화장실인데.. 이게 좀 어이가 없어서.
미쯔코시 백화점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역 내부부터 분위기가 다른 걸 느꼈는데
화장실에 가니 역시나. 백화점 화장실처럼 깔끔하게 해 놓았다.
근데.. 깔끔하기는 한데 실용적인 부분은 정말이지 저-언혀 고려하지 않은 화장실이었다는.
저렇게 세면대가 있는데.. 그 주변 어디에도 핸드워시와 페이퍼타올, 혹은 핸드드라이어가 없었다.
난 내가 못 찾았나 싶어서 한참 둘러봤는데 역시 없었고..
혹시 있었다 한들 그걸 열심히 찾아야 알 수 있는 곳에 비치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뒤의 거울은 말그대로 거울. 뭐냐.. 앞에 화장품 놓으라고? 선반도 완전 비좁..
차라리 화장실 한쪽에 파우더룸을 만드는 게 낫지. 암튼 정말 쓸데없이 불편해서 인상적이었던 화장실.
별생각없이 텔레비젼을 보다가 흥미로워서 화면을 그대로 찍었다.
일본보다 한국의 수치가 많거나 혹은 높은 것을 고르는 게임이었는데 나도 의외인 것들이 많아서..
이미 정답이 나온 회색으로 된 부분을 위에서부터 쓰자면
김치 생산량 일본 29만톤 한국 137만톤 - 이건 당연한 것 아닌가! 일본이 29만씩이나 되는 게 더 놀랍다.
임금격차 일본 3.1배 한국 4.5배 - 이 부분은 설명을 보지 못해서 뭐와 뭐의 격차인지 잘 모르겠지만..
핸드폰 보급률 일본 83% 한국 90% - 의외. 한국도 물론 그렇지만 일본이야말로 핸드폰 왕국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진학률 일본 49% 한국 91% - 일본이 낮은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낮아서 역시 의외.
한일야구전의 승리 회수 일본 6승 한국 9승 - 항상 느끼지만 일본의 야구 열기를 생각하면 미안해지는..
식료품 자급률 일본 40% 한국 49% - 일본은 식료품 자급률이 매해 감소해서 자주 거론되는 문제라고 한다.
살인사건 발생률 일본 1.1건 한국 2.1건 (10만명 당) - 흉악범죄는 일본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뒤통수 맞았다.
처음부터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조사기준 연도같은 건 앞에 나왔겠지.
나머지 항목은 아이들의 수학 성적, 비만률, 평균 노동시간, 출산률. 이중 일본이 높은 단 하나는 출산률이었다. 역시 의외.
어디 가는 길인지는 모르겠고.. 암튼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전철.. 그러니까 지상철의 운전수 아저씨.
일본의 덴샤電車.. 특히 지상철을 타고 있노라면 철도 오타쿠가 왜 생기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서울에서 타는 전철과는 느낌이 좀 다른.. 운전수 아저씨도 말그대로 '철도원'의 느낌.
서울의 1호선을 일본 회사가 만들었다는데 가만 보면 정말 1호선과 일본의 지상철은 닮은 구석이 많다.
근데 어째서 1호선은 좋아하지 않는 건지..?
지유가오카의 한 셀렉트샵. 다른 이유는 없고 분위기가.. 남아메리카의 어느 한적한 동네에 있는 가게 같아서.
미묘하게 이국적인 이 가게를 보자마자 왠지 머릿속이 도쿄에서 남미로 순간이동 해버린..
역시 지유가오카. 도쿄 여행 해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아~ 하고 알듯한 장소..
여기부터 좀 한적해지면서.. 셀렉트샵이나 카페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찍은 건 다름이 아니고 저 울창한 나무들 속에 있는 무언가 때문.
예전에 왔을 땐 그냥 나무들이 많은 것만 보고.. 역시 좋은 동네라서 이렇게 녹음이 우거져 있는가~ 했었는데.
다들 알고 있던 건가? 저 나무숲 안에 있는 건.. 공용주차장이다. 한 3~4층은 되어 보였는데 보자마자 진짜 무릎을 탁 치..지는 못하고 그런 기분이 됀.
사실 이 좁은 동네에 주차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치만.. 주차장은 미관상 별로 보기 좋지 않다.
그냥 넓은 부지에 자동차만 가득 차 있는 것도 그렇지만 저렇게 여러 층짜리 주차건물을 만들면 그 자체만으로도 뭔가 잿빛..
그걸 크고 우람한 나무들로 감춰놨으니 이렇게 기막힐 데가 있나. 완전.. 센스만점이었다.
하라주쿠 사진도 몇 장. 사실 하라주쿠 안 좋아하는데.. 동생과 친구가 놀러왔을 때 같이 갔었다.
뭐 이런 귀여운 가게들이야 맘에 들지만. 어쨌거나 원래 내 취향 자체도 하라주쿠와는 거리가 있고.. 내 나이도 그렇고.
여기서 싸구려 물건들 보며 꺄꺄 거리기엔.. 더 조용하고 더 세련된 곳이 있는데 뭣 하러 이 북새통에서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걸 보면 답이 나온다.. 버닝하트 주변에서 크레페를 먹는 사람들.
하라주쿠는 그냥 젊은(아니 어린) 친구들과 외국인의 집합소 같은 느낌.. 그 유명한 크레페도 저때 처음 먹어봤는데,
물론 맛이야 있었는데 (사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뭐 굳이 찾아서 먹을 맛은 아니었다. 요새 크레페 잘 나오는 카페 많지 않나?
이것이 하라주쿠. 하라주쿠라고 해서 전부 패션피플일 거라는 생각은 절대적으로 오산인 것이다..
앞의 청년은 외국인이 아니고 하프.. 그러니까 혼혈로 보인다. (일본에는 하프나 쿼터가 꽤 많음) 암튼 이 투샷은 하라주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중간에 보이는 보랏빛 스타킹 처녀를 봐도 하라주쿠 패션은.. 지루하진 않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론 패셔너블하다고 보기 힘들다.
근데 일본에서도 하라주쿠는 약간 어린 애들 취향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당연히 20대 포함)
하라주쿠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분은.. 보통의 도쿄 사람들(성인)은 하라주쿠 잘 가지도 않는데..
거기서 도깨비화장하거나 이상하게 옷 입은 애들이 일본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 버린다며 분개했던..;
지유가오카에 있는 유명한 찻집 코소앙古桑庵.
이날이 공식적인 일정이 끝난 첫 날이었나 그 다음 날이었나.. 아무튼 자유인이 된 몸으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쏘다녔는데
이래저래 머리를 식히며 좀 정리하고 싶어서.. 일부러 일본식 정원이 있는 이곳으로 향했음.
조금 시끄러운 무리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밀린 메모도 하고 생각 정리도 하고..
그러고 있는데 햇살이 저렇게 들어와서 손을 놓고 그냥 창밖만 바라보고..
그때의 시간이 그리워지는 마음에 한 장 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