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시월애 OST - 세가지 (기침과 가난과 사랑)
ikaros라는 닉네임으로 여행사진을 올리던 분이 계셨다.
사진도 음악도 글도 어찌나 감수성이 충만하던지...
대부분이 유럽사진이었는데, 장소나 시간대에 상관없이 참 파랗던 기억이 난다.
새벽녘의 거리도, 어스름한 저녁 무렵의 성당도, 온세상을 덮은 눈도, 바다도,
눈이 시리게 파르스름한 느낌이 항상 사진에 묻어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은 두브로브니크의 사진.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바다와 햇살을 가득 받은 두브로브니크가 어찌나 예뻤는지...
아마도 두브로브니크는 '그날' 뿐만 아니라 언제나 눈부실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씩 ikaros님 홈페이지에 가서 한참 동안 사진만 바라보곤 했는데,
오랫동안 홈페이지 bgm으로 흘러나왔던 음악이 바로 이 곡이었다.
그렇게 수십번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이 곡만 들으면 ikaros님의 사진들이 떠오르게 된 거다.
(영화 <시월애>가 떠오르지 않는 건 당연하다. 영화를 보지 않았으니까.)
단순히 사진이 떠오른다기보다, 사진 속의 장소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나 이 곡이 소중한 건 지금은 ikaros님의 사진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님이 아프셨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글이 올라온 이후로 계속 홈페이지 관리가 안되다가 어느 날 닫혀버렸다.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따로 저장해둔다던가 하지 않아서, 사진들은 그대로 내 기억 속으로.
ikaros님 홈페이지 주소가
http://semtle.inje.ac.kr/~ikaros
였고
프로필이던가 어딘가에서 의대생이라는 느낌(인지 사실인지도 가물)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
무려 인제대 의대 관련 사이트들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내가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해서 관뒀다.
뭐, 이 어설픈 스토커질을 했던 시절도 벌써 몇 년 전이다.
그 사이에 사라진 것이 ikaros님의 홈페이지 뿐일까.
오늘 새벽은 유독 그 사진들이
...아니 그 사진들을 보고 꿈을 꾸던 그 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