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1. 겨울티벳을 봐야겠어
"진짜 갈 거야?"
"어."
"진짜 안 바꿀 거야?"
"어."
티벳에 가겠다고 선언한 뒤 매일 엄마와의 대화가 이랬다.
워낙 내 성격과 취향을 아는지라 티벳까지는 이해를 했는데 왜 하필 겨울에 가냐는 것이다. 엄마는 생각보다 박식해서 티벳 역사는 물론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추운지도 알고 있다. 다음 여름에 동남아에 가겠다고 말해놓은 터라 왜 추울 때 추운 데를 가고 더울 때 더운 데를 가냐고 성화다.
"그럼... 돌고래도 가는 거 확실하지?"
"그렇다니까."
"공항나가서 확인 안 해도 돼?"
"...-_-"
돌고래는 나의 초중고 동창이자 가장 절친한 벗이다. 예전에 단체여행이라고 뻥치고 단둘이 중국으로 튄 과거가 있어서 이제는 둘이 간다고 말하니 혼자 가는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정말 둘이 간다.
만물상 : "나 티벳 가려고."
돌고래 : "나도 갈까?"
뭐 이렇게 해서 정해졌다는 얘기는 양쪽 부모님께 할 필요 없겠지. 어쨌든 하루하루 날짜가 다가올수록 포기는 커녕 거세게 설득하는 엄마의 뜻과는 달리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왜 티벳을 가느냐, 왜 하필 겨울에 가느냐. 하지만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았다. 티벳이 지금 중국땅이라는 것도, 중심도시가 라싸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태반이었던 것이다. 티벳을 무슨 사라져버린 고대문명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모두가 티벳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도 티벳의 독립을 기원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설픈 코스모폴리탄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티벳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 다른 인종, 다른 민족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관심이라는 것은 결국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행불행에 대해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 웃어주고 울어주길 바란다면 먼저 주변을 살펴보고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어찌됐든 티벳에 간 이유는- 겨울티벳을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너무 허무하다고? 하지만 내겐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어릴 적부터 내가 그려온 티벳은 하얀 설산으로 덮여있고 두꺼운 전통의상과 털모자를 쓴 티벳탄들이 돌아다니는 그런 곳이었다. 황량한 고원지대에 눈부시게 펼쳐진 파란 하늘, 그 아래 설산, 그 아래 포탈라, 뭐 이런 영상이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에 꼭 겨울에 가고 싶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로는 더 늦기 전에 티벳을 보고 싶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진작부터 라싸가 어떻게 변했는지, 얼마나 차가 많고 건물이 큰 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변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보고 싶었다. 항상 꿈에 그리던 티벳이 깨지는 건 싫었지만 언제까지고 미룰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생각에 100% 동감해준 나의 멋진 친구 돌고래와 함께 그렇게 떠났다.
※ 배낭여행자 커뮤니티 떠나볼까(http://www.prettynim.com)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여행한 시기도, 기록한 시기도 한참 전이라 지금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유념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