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rawl
팔찌
만물상
2016. 9. 18. 19:30
2014년 4월 7일
정신차려보니 손목이 허전했다. 10년 전 후배들이 돈모아 해준 금팔찌. 그제도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손목에 있었건만. 이음새가 약해져서 빠졌나본데 정신없이 다니느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완전 우울해져서 요사이 모시고 다니는 일본분에게 하소연했더니 그분 왈, 팔찌의 역할이 끝난 거라고 생각하랜다. 10년간 내 곁에서 팔찌를 통해 이어져 있던 무언가가 끝난 것으로, 더 이상 이 팔찌가 없어도 된다는 것으로, 이제 새로운 팔찌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려주는 것으로, 그렇게 제 역할을 다 하고 떠난 것으로 생각하면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좀 달라질 거라고.
듣고 나니 팔찌에 대한 아쉬움은 사라졌는데 다른 의미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 * * * *
팔찌는 다시 내 품안으로 돌아왔다. 마찬가지로, 역시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