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mad/'13 Laos

[라오] 사완나켓Savannakhet: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면

만물상 2014. 4. 7. 00:56

베트남에 사는 중인데다 기간도 짧으니 라오스 가는 게 이거 뭐 옆동네 놀러 가는 기분이었다. 이래 저래 검색을 좀 해봤지만 곧 귀찮아졌고,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별다른 준비없이 털레털레 출발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문제에 봉착. 밤은 늦었고 불은 점점 꺼져 가는데 묵을 만한 곳이 없는 거다. 메콩이니 농쏘다니 잠깐의 검색질에서 들어본 적 있는 곳들을 가보니 너무 낡고 어두침침하고 갑갑했다. 이러다 여기까지 와서 노숙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도 일단 고픈 배를 채우는 게 우선이라 외국인들이 있는 바 겸 레스토랑에 갔다. 비싸고 맛대가리 없는 서양식을 먹다가 지극히 일본인처럼 생겨서 일본어를 하는 남자를 발견. 정보 좀 얻을까 싶어 말을 걸었더니 라오스인이었다. 


남자는 비엔티안에서 일 때문에 와있다며 자신이 묵는 숙소를 소개해줬다. 장기투숙객이 많긴 한데 남는 방은 있을 거라고, 매우 친절하고 깨끗하고 믿을만 하다고. 가서 자기 이름을 대라는 말에 혹시 삐끼인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두운 밤길을 걸어 더듬더듬 찾아가니 꽤 넓은 부지인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손님을 응대할 만한 사람이 없다. 손짓 발짓하며 결국 엄청나게 큰 침대가 있는 깨끗한 방 하나를 받았고, 돈 계산이니 이런 저런 필요한 부분은 아침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오면 하기로 했다. 


숙소는 남자의 말대로 깨끗했고 싼 가격에 잠시 머물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무엇보다 좋았던 이 숙소의 강점은 날이 밝은 후에 드러났다. 




이것이 이른 아침 풍경. 저 건너편이 태국이다. 강 바로 옆에 있는 숙소인 것이다.




아침부터 조각만한 배가 태국과 라오스를 왔다갔다 하는데, 국경초소에 걸려도 문제는 없는지 모르겠다.




숙소 입구의 너른 마당에는 이런 것도 있고




마당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오는 길도 매력적.




간단히 믹스커피 등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젊은 직원이 흘러간 옛 팝송을 주구장창 틀어댔다.




해서, 이른 오후에 숙소로 돌아와 붙박이 시작.








최고 아닌가? 사진에 있는 테이블 옆으로 위에 차양이 길게 드리워진 넓은 나무테이블이 있다.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부터 지는 해가 드리우는 금빛 물결까지 즐길 수 있다. 아,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우연히 얻어 걸린 숙소치곤 너무 마음에 들어 떠날 때 주인 아저씨를 붙잡고 주소니 뭐니 써달라고 했다. (물론 그때까지 이름도 몰랐으므로) 그렇게 받은 게 이건데

흠... 알아보느라 힘들었다. 그래서 잠시 구글링을 했더니 이런 결과.


INTHAVILLA BOUTIQUE HOTEL

 Address  168, Khanthabouly Rd, Kaysone Phomvihane, Savannakhet Laos

 Tel  +856-041-212-668 

 Fax  +856-041-212-076

 Email  inthavilla@yahoo.com

 Room rates  USD16.00 / Euro12.00


http://www.soidb.com/savannakhet/hotel/villa-intha.html

요기에 정보가 좀 있다. 




숙소 하나 추천했으니 이젠 레스토랑. 여기도 위의 라오스 남자가 알려준 곳이다. 근데 다녀와서 보니 꽤 유명한 곳. 일본 남자와 결혼한 라오스 여자분이 주인인데 사실 한국에서 바로 가면 별로 땡기는 곳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만 베트남 시골에 쳐박혀 에스프레소를 뽑아 만든 커피나 제대로 된 케잌을 먹은지 백년은 된 듯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야하는 곳. 




꽤나 센스있게 꾸며놨고




내가 너무너무 좋아했던 자리. 근데 내가 앉아있는 것보단 이 언니가 앉은 게 분위기가 살아서 도촬 좀 해봤다. 사실 동남아 여행자 중 이런 분위기가 많지는 않다. 특히 젊은 애들일수록 동남아 사람들은 절대 입지 않는 히피류의 의상을 입고 에스닉한 악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데 이 언니는 좀 정석적인 분위기. 누가 봐도 '나 여행자요' 포쓰 풍기는 언니를 보며 나도 빠른 시일내에 저 모습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별 거 아니라고 느낄 지 모르겠으나 이 정도 퀄리티는 상당한 것이다. 감격해서 먹어치웠다.




감격이 쉬이 사라지지 않아 밤에 다시 방문.







내가 다시 온 건...




이 아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진득한 초코의 향연이라니. 아아아아아.


여긴 좀 유명해서 따로 정보가 필요없을 것 같지만 난 친절한 블로거이므로


LIN'S CAFE

 Address  Latsaphanit Rd., Xaiyaphoum Village, Savannakhet, Laos

 Tel  +856-020-9988-1630


이 정도. 사실 트립어드바이저에도 나와 있다.




쓰고 나니 제목을 붙이며 쓰려 했던 내용과 조금 어긋난듯 한데.. 그러니까, 사완나켓에서 별다른 일정 없이 그냥 쉬고 싶을 때 괜찮은 곳들을 말하고 싶었다. 숙소에서도 린스카페에서도 내가 한 건 그저 음악 듣고, 책 보고, 이것 저것 끄적대고, 수다떨고, 별생각없이 멍때리고.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고 딱 맞는 장소였다. 사완나켓 자체가 유유자적하기에 최고의 장소다보니 어딜 가도 만만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두 곳은 매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