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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 사완나켓Savannakhet: 주말여행으로 다녀오는 라오스

만물상 2014. 4. 4. 22:54

씨엥쾅과 같은 시기는 아니고 이건 아직 베트남에 머물고 있을 때. 내가 있던 곳이 베트남 중부라, 역시 라오스 중부인 사완나켓 말고는 주말끼고 2박3일간 다녀올 수 있는 곳에 선택지가 없었다. 


사실 베트남에 살면서 여행을 거의 안 했더랬다. 시간 날 때마다 이곳 저곳 가봐야지 했던 초반의 마음은 일에 파묻히면서 금새 잊혀졌고 그저 가까운 훼에 가서 쉬다 오는 게 고작. 거기다 깡시골에서 심하게 적응한 로컬 라이프를 살다 보니 관광지의 물가가 엄두가 안 났다. 오죽하면 사완나켓 물가도 비싸게 느껴졌을까.


어쨌든 베트남에 들어간 지 10개월만에 국경을 넘었다. 우리 동네에서 국경까지, 국경에서 사완나켓까지, 오직 로컬버스만 주구장창 타고. 좀 더 자세히 쓰고 싶지만 기록이 없다. 워낙 기록을 좋아해서 어딜 가든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때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수받은 태블릿PC를 가지고 갔었다. 짐작하듯이 기나 긴 기록은 홀랑 날렸고, 현재는 다시 아날로그 인간으로 돌아와 디지탈을 증오하고 있다는 소소한 얘기.


해서 그나마 날리지 않은 사진을 중심으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베트남쪽 국경. 여기로 넘어가는 한국인이 없었는지 국경초소의 아저씨들과 잡담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라오스쪽 국경




밀고 끌고 열심히 넘는다.




라오스 첫 식사는 뭘까, 기대했지만 별거 없음




사완나켓까지 가는 버스. 발디딜 틈이 없다는 건 바로 이런 것




인간보다 짐이 많이 탄다. 

버스 상태를 보고 바로 눈치챘는데, 옆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라오스와 베트남의 차이는 좀 크다. 




중간기착지




사완나켓에 오니 밤이다. 그런데 가로등의 저것은..




이렇게 귀여운 공룡이 곳곳에. 사완나켓에 공룡박물관이 있다더니 공룡의 도시가 컨셉인가 보다.




어디나 비슷한 밤 시장




영어가 써있는 걸 보니 확실히 관광지긴 하다.




사완나켓의 컨셉이라서는 아니고 실은 워낙 공룡을 좋아해서 갈 수 밖에 없었던 공룡박물관.

관리자가 우릴 보더니 부랴부랴 전시실 불을 켠다. 아무도 안 오나 보다.

우리보다 신나서 이런 저런 서랍을 열어 보여주고 뭐든 맨손으로 만지게 한다. 괜찮은 걸까...

아, 참고로 이 분이 베트남어를 할 줄 알았다. 라오스에서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안쪽까지 들어가게 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니, 인디아나존스니, 쥬라기공원이니, 지질학이니, 고고학이니,

이런 키워드에 환장하는 사람들이라면 부러울 수 밖에 없는 풍경. 프랑스인들이다.

이 박물관은 프랑스 지원으로 지어졌고, 지금도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사완나켓에 머물며 복원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올 것 같은 이 귀여운 그림은 




전부 손으로 그렸다. 너무 귀여워. 거기다 미묘하게 섬세...




물론 프랑스의 영향으로 성당이 있고




신식건물엔 없지만, 베트남에도 오래된 건물에는 이런 형태의 계단이 종종 있다.




밤에 보면 심장 떨어질 것 같은 얼굴들이 나란히 있고




해가 지는 사완나켓




역시 강가에서 즐기는 저녁 시간이 필수다.




사진으로는 멋진데.. 꽤 넓은 이 레스토랑, 뭍에 있는 부분은 괜찮은데

물 위에 지은 부분은 좀 흔들린다. 실은 어지러울 정도로.




울렁울렁 거리는 테이블에서 더 울렁거리게 비어라오




왠지 약재시장 분위기




우리는 부산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넌 어디로 가니?




문 열고 달리는 터프한 차장오빠




신기하게도 도로가 올라와 있고 도로변 집이나 가게들은 이런 형태




한가로운 노인들




잔뜩 흐린 하늘과 곰팡이를 친구 삼는 우기의 베트남에서 넘어오니 너무나 명확하게 느껴졌던 것.

산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시기 같은 위도의 라오스는 정말이지 건조했다.

하늘은 파랗고, 해가 없는 곳은 슬쩍 쌀쌀하고, 대지는 말라 있고, 

무엇보다 눈에 보이는 나무들, 식물들의 종류나 상태가 너무 달랐다. 




차가 멈췄다. 역시 사고 구경은 만국공통 흥밋거리.




그 틈을 타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이 길로 가면 베트남이 나온다.




사고를 수습하고 다시 달린다.




이런 건조함. 저 나무들. 가시덤불같은 식물들.

단순한 풍경 같겠지만 정말이지 라오스에서 본 그 어떤 것보다 신기했다.




저 산을 넘으면 베트남. 베트남과 가까워질수록 나무가 울창해진다.

이 자연의 신비와 지리적 당연함에 혼자 흥분했다.




돌아온 베트남에서 첫 느낌은 '집에 왔구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