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mad/'11 Turkey

[터키] 5. 고등어케밥 단상(短想)

만물상 2012. 7. 31. 00:56

내 비록 고등어케밥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사상적 뒷받침을 가진 이는 아니지만

진정한 고등어케밥의 멋과 맛을 알고자 한다면 이 정도의 경험성을 수반하여 논해야 하지 않겠나

짧은 식견으로나마 주장하는 바이다.



고등어케밥의 번영을 이룩한 갈라타 다리 근처



다리 밑에는 수많은 장인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어류가 있다.



그렇다. 저것이다.

바로 움켜쥘 수는 없다. 흘긋 본 뒤 계속 걸어간다.



걷다 보면 수많은 유랑자들이 바로 ‘그것’을 즐기는 모습에 흔들린다.

동요하지 말고 걸어가야 한다.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던 북적임이 사라지고 슬슬 되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 무렵 그가 나타난다.



고수가 여기에 있다.



두터운 살점에서 매우 섬세한 손길로 가시를 거둬낸다.

기름기 많은 껍질은 슬쩍 제거하여 담백한 맛을 살린다.

(훨씬 작은 크기에 껍질 째 넣어 비리고 기름졌던 어느 날의 고등어가 생각나 울화가 치민다)



색색의 어여쁜 채소들을 잘게 썰어 올리브유, 소금, 후추, 레몬 등으로 간한다.

(오직 양상추만 성의 없이 쑤셔 넣었던 어느 날의 고등어가 생각나 눈물이 난다)



모든 요소를 결합한 후 그의 특제 소스를 뿌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시판 중인 레몬소스 한 통 갖다 놓고 알아서 뿌려먹으라 했던 어느 날의...)


잠시! 시식을 위한 한 단계가 남았다.



후각을 자극하는 손아귀의 냄새를 애써 무시하며 걸어간다. 의자가 널려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하지만 입가심을 해 줄 짜이 한 잔을 하기엔 안성마춤이다.



의자를 내 놓은 상술은 이곳에서 발휘한 것이다.



한 컵의 짜이. 현지인처럼 각설탕 2개를 탄다.


 

저 멀리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까지,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하늘 아래 네가 있고 내가 있어 비로소 조우하였으니 어찌 아니 기쁠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