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했나요?
I LOVE YOU PHILLIP MORRIS
꽤나 재밌게 봤던 영화지만 하려는 건 영화 얘기가 아니다.
나보다 먼저 이 영화를 본 친구가 했던 말. "야, 짐 캐리표 코믹인 줄 알았는데 게이영화였어. 쳇."
아주 가벼운 호모포비아 기질이 있는 녀석이니 그 배신감이 짐작은 간다만,
내겐 연인과 함께 하기 위해 살짝 어긋난 (그리고 매우 웃긴)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영화였는데.
동성애 인권을 다룬 것도 아니고.. 뭐 주인공들이 게이니까 게이영화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데 이 영화가 친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준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것.
뭘까 이 엄청난 차이는..
이미 제목부터 통편집을 했으니 느낌이 날 리가 있나.
카피는 물론, 배우들을 일부러 대두로 만들어 코믹성을 강조하는 저 어이없는 기술이라니.
하단을 보면 실화라는 것과 개봉 시기를 써놓은 건 같지만 역시 사랑 얘기는 쏙 빠졌고
뒤의 펜화를 봐도 두 포스터의 주안점이 전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뭐 영화 포스터야 수십가지 버전으로 나오기 마련이고
특히 해외개봉의 경우 그 나라의 취향에 맞춰 가장 '먹힐 만하게' 만드는 게 정석이지만..
이건 마치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디카프리오 액션 영화로 전락시켜 버린 것과 비슷한 느낌.
이건 그야말로 '우리 게이역할이오' 하고 온 동네방네 인증하는 듯한 포스터.
아주 잘 만들었다는 느낌은 없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나름 살린 것 같다. 누가봐도 '게이영화'이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스터는 역시 이것.
저 빤들빤들한 이마와 새하얀 치아.. 진정 사기꾼스러워.
짐 캐리의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장난치지 않은 폰트와 단조로운 색감이 조화롭다.
궁금한 건 정말 이런 어이없는 조작이 실제 '돈'을 벌어들이느냐, 하는 것.
저렇게 바꿔서, 성공했나요?